3.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9
구녕 이효범
여덟째, 재치 있게 용돈을 드린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마련하는 공적(公的)인 사회복지가 여러모로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 부양의 대상이 되는 노인 세대는 대부분 스스로 자립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들 세대는 국가의 경제발전에는 혁혁한 공과를 세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이라는 이중고로 빈곤의 고통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떠난 가난한 부모들은 최소한의 생활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녀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식들은 부모님의 용돈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내 집 마련이 안 되었으니까, 아이들 학비 대기도 급급하니까, 맞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하는 등등의 여러 핑계를 대지 말고, 언제나 적극적으로 지출의 제일 순위로 용돈을 생각해야 한다. 용돈은 교회의 십일조처럼 보통 월수입의 10%로 잡으면 어떨까 한다.
용돈을 드리는 데도 예절이 필요하다. 부모님은 자식에게 용돈을 받을 때마다 착잡한 기분이 된다.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았지만, 부모는 자식의 봉양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을 수 없다. 언제나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액수도 액수이지만 정해진 날짜에, 그리고 용돈을 원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요령 있게 용돈을 드리는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부모님 앞에서 돈 얘기는 가급적이면 삼가야 한다. 자식들이 돈이 없어서 쪼들린다는 얘기를 들을 때, 부모님은 빨리 죽어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심코 하는 말 한 마디가 부모의 마음에는 멍에가 될 수 있다. 경제력이 없는 부모님일수록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부모님 앞에서는 용돈뿐만 아니라 모든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말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나타내 주는 속담이다. 말은 다른 사람에게는 조심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기 쉽다. 그러나 가까울수록 말을 더욱 삼가서 해야 하고, 부모가 나이 들어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없어 할 때는 더욱 가려서 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년을 보낼 수 있도록 사소한 일에도 듣기 좋게 말해야 한다.
부모가 듣고 싶어하는 칭찬들(BEST 10)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어쩌면 그렇게 건강하세요. 백수는 걱정 없겠어요. (2)녀석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닮아 저렇게 머리가 좋은가 봐요. (3)다들 그래요, 부모 덕 많이 본다고. (4)아버지, 어머니 절반만 돼도 소원이 없겠어요. (5)저희들 키운다고 정말 고생 많으셨죠. (6)역시 어머님 음식 솜씨가 최고예요. (7)아버지, 어머니처럼만 살겠습니다. (8)역시 우리 아버지, 어머니니까 이 정도죠. (9)어떻게 그렇게 기억력도 총총 하실까? 젊은 저도 못 따라 가겠어요. (10)모두 부모님 덕분이지요.
노년이 되면 입으로 힘이 가니까 잔소리가 많아진다. 잔소리를 지겨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또 시작하는구나 하고 짜증을 낸다든가, 혹은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귀담아들어 볼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알았다는 식의 행동과 태도를 보인다면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다. 그럴수록 부모님의 말씀을 오랜 연륜과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아름답게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모님 말씀에 대답도 크게 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고 공손히 말한다면 부모님은 기뻐할 것이고, 그것이 돈 안 들이고 효도하는 지름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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