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7
구녕 이효범
여섯째, 친밀함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핵가족화된 현대는 대부분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산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효도의 방법은 자주 전화하거나 SNS로 가족의 일상을 사진 찍어 보내는 일이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미디어는 가족의 관계를 밀접하게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가끔 연로한 부모님 집을 방문할 적에는, 한방에서 부모와 자는 행위는 친밀감을 형성하고 진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만일 한쪽 부모님만 계시다면 배우자와 상의해서 가끔 부모님과 잠자리를 같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잘 기회를 만들어주어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부모님들은 잠든 손자 손녀의 귀여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위안과 존재감을 느낄 것이다.
또한 부모님을 모시고 온천 여행을 함께 가보는 것도 부모를 위하는 길이다. 목욕탕에서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함께 살고 있는 무모라도 증세를 말로 표현하지 않는 한 건강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목욕탕 안에서는 벗은 몸을 보면서 얼마나 노화했는지, 기력은 어느 정도인지,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손을 맞잡고 서로 포옹하는 행동에서 깊은 정이 솟아난다. 부모님의 건조하고 외로운 손을 맞잡으면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응어리가 녹는다. 부모님의 가슴에 외로움이 응어리져 있다면 그것을 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따뜻하게 포옹하는 것이다. 사소한 행위일지라도 함께 목욕가서 등을 밀어드릴 때와는 또 다른 온화한 감정이 밀려들 것이다. 애인과의 사랑도 손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촉감은 사랑을 촉발시킨다. 부모님과 단절되었던 애정 나누기는 이렇게 작은 접촉으로부터 시작한다. 손을 잡아 드리고 포옹하는데 그치지 말고 안마하는 것은 더 좋은 방법이다. 여기저기 쑤시는 곳을 찾아 두드리고 주물러 드리면 부모님은 시원함과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떨어져 살든 함께 살든 부모님과 가까워지는 방법은 의외로 사소한 일상에 있다. 연세가 많아 눈이 안 좋은 부모님이라면 손톱, 발톱을 깎아 드릴 때 부모님은 행복감을 느낀다. 단지 함께 산다는 것이 효도의 전부는 아니다. 같이 사는 데서 오는 일상성과 편안함이 빚은 무신경이 부모님을 내면으로 더 섭섭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써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그중에서 함께 식사하며 정을 나누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중요하다. 굳이 비싼 곳이 아니더라도 맛집을 찾아 주말에 외식을 즐기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고려 때 대문호 이규보(李奎報)는 말년에 자식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시자질(示子姪)’이라는 시로 나타냈다. “조용히 앉아서 혼자 생각해보니, 살아생전 한 잔 술로 목을 축이는 것만 못하네. 내가 아들과 조카들에게 말하노니, 이 늙은이가 너희를 괴롭힐 날 얼마나 되겠는가. 꼭 고기 안주 놓으려 말고, 술상이나 부지런히 차려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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