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3
구녕 이효범
둘째, 결혼하여 대를 이어야 한다.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셨으니 나도 자식을 낳아 생명을 영원히 지속시키고, 가문을 잇게 하는 것이 부모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다. 내가 부모님의 은덕으로 생명을 받아 한평생 살았으니 그 감사의 표시는, 당연히 다음 생에게 생명의 기쁨을 전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과 낳지 않는 것을 최대의 불효라고 생각해왔다. 『효경』에서는 이것을 “부모가 나를 낳으셨으니 대를 잇는 것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父母生之 績莫大焉)”(효경, 부모생적장)라고 말한다.
맹자도 세 가지 불효가 있다고 말한다. 부모를 불의에 빠트리는 것, 집안이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었음에도 국가의 녹을 받는 벼슬살이를 하지 않는 것,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대를 이을 후손이 없는 것이다.”(맹자, 이루장구상)
농경사회가 아닌 정보화 사회인 현대에도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이 과연 불효일까?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이 수치는 통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고, 세계 최저 수준이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 내년에는 0.7명으로 더 떨어질 암울한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 인구는 2022년 5천 2백만 명에서 감소하여, 2070년에는 3천 8백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인구는 우리와 거꾸로 간다. 2022년 79억 7천만 명에서 2070년에는 103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드는데 세계 인구는 폭증하고 있다. 참으로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한 나라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대체로 국력의 쇠퇴를 의미한다. 지금 지방이 소멸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읍이나 면에 위치한 집들이 낙후되었지만 신축이나 보수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초등학교들의 폐교이다. 농촌에는 어린아이들이 아예 사라졌다.
거꾸로 세계 인구의 폭발은 자연환경의 위기를 불러온다. 생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식지파괴(Habitat destruction), 침입종(Invasive species), 오염(Pollution), 인구(Population), 과수확(Overharvesting) (HIPPO)이다. 인구 폭증이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행성관리 카테고리)를 넘어가면 기후를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며, 공기와 땅과 바다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등 위험한 패턴에 빠져들게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3년 3월에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C 상승시켰다”면서, “현재 속도라면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C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와 더불어 생물의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지구는 6번째 대멸종기(mass extinction)에 접어들었다. 이것은 과거처럼 소행성 충돌이나 지각변동이 아니고 인간에 의한 재앙을 지칭한다. 최악의 경우 모든 생물이 사라지고, 인간만 살아남은 고립기(Eremozoic Era)가 올 것이다. 오르도비스기말인 4억4500만년 전에 생물종의 86%가 사멸했다, 빙하기 도래, 우주의 감마선 폭풍, 화산 폭발이 그 원인이다. 데본기말인 3억 7000만년 전에, 생물종의 75%가 사멸했다, 빙하기 도래, 운석 충돌이 원인이다. 페름기말인 2억 5100만년 전에, 육상생물 70%, 해양생물 96%가 멸종했다. 지구 온난화, 운석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이 그 원인이다. 트라이아스기말인 2억 500만년 전에, 생물종의 80%가 사멸했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그 원인이다. 백악기말인 6550만년 전에, 공룡이 종말하고, 생물종의 76%가 멸종했다. 운석 충돌과 대규모 화산 폭발이 그 원인이다. 이제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인류가 만든 anthropo + 새로운 cene)가 도래되었다. 이것은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 시대를 의미한다. 앞으로 인류의 생태계 파괴로 인해, 향후 500년 동안 지구 생물종의 20-50%가 멸종할 수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1만 년마다 2종의 포유류가 사라지나, 현재는 114배의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의 심각한 위험을 볼 때 인구 감소는 필수적이다. 이제 각각의 국가 차원에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전 지구적으로 생각할 때가 되었다. 여기에 우리의 갈등과 고민이 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인구를 증가시켜야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볼 때는 감소시켜야 한다. 한때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의 위기가 닥쳐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화학비료를 대량적으로 생산하고,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가 강한 저항성과 다수확이 가능한 밀을 개발하는 등 녹색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에, 맬서스의 예견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우주 시대에 살고 있다.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나 제프 베조스가 누리던 우주여행을 이제 대중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멀지 않아 달이나 화성 더 나아가서는 다른 행성에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을 만들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두께가 1,000킬로미터의 대기권, 대기의 99.999%를 차지하는 지상 80킬로미터 이내에 모든 생명체가 모여 살고 있다. 생명의 막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항해시대의 콜럼버스를 생각해보자. 그는 좁은 유럽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그런 신세계로의 이주는 인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이전에 폴리네시아인(Polynesian)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불가사의까지 하다. 그들은 뉴질랜드, 하와이, 이스터섬을 연결하는 삼각형 안에 속한 태평양의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종족이다. 그들이 작은 배를 타고 남십자성에 의지하여 그 넓은 지역을, 거친 파도를 뚫고 항해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어지지 않는다. 그런 능력을 소유한 존재가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녹색혁명을 통해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했듯이, 이제 우주과학을 통해 새로운 인구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라. 넓은 태평양의 조그만 섬들에 폴리네시아인들이 퍼져 살 듯이, 광활한 우주의 별들에 지성을 갖춘 인간종이 널리 퍼져 사는 광경을. 그때의 우주는 지금의 메마르고 삭막한 우주보다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의 인구보다 훨씬 더 많은 인구를 필요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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