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2

이효범 2023. 4. 12. 07:06

3.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2

 

구녕 이효범

 

우리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은혜를 입었으면 당연히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부모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전적으로 부모님께 의존해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님께 어떤 행동을 하여도 괜찮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도 엄연히 불완전하고 유약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가 성장했을 때는 부모는 연로하여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어려운 곤경에 빠진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은 삼고(三苦)에 빠져 있다. 가난과 병과 고독이 바로 그것이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처지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러므로 일률적으로 효도의 방법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첫째, 신체를 잘 보존해야 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무엇보다도 특히 몸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이 아픈 것을 늘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자도 논어위정편에서,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점을 걱정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명체이다. 몸이 있기 때문에 내가 지상에 존재할 수 있다. 또 나의 몸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머물고 있는 나의 정신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 그런 소중한 몸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부모의 뜻을 떠받드는 일이기 때문에 효의 시작이 된다. “신체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훼상하지 않음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효경, 개종명의장)

 

몸을 잘 보전하는 일은 어릴 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커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의 아픔은 곧 부모의 고통이기 때문에 자식이 건강하지 못하면 부모는 늘 근심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 몸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수명을 온전히 보존하여 부모보다 먼저 죽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점을곡례에서는 부모가 살아 계시면 벗에게 같이 죽기를 맹세하지 않는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부모가 살아 계시는 데 자신의 몸을 던져 벗과 죽음을 같이 하기로 허락한다면 이것은 부모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며, 벗과 생사를 같이 할 것을 맹세하였다가 같이 죽어야 할 경우에 부모를 핑계로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벗에게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효자들 중에는 할고(割股, 허벅지의 살을 베어 냄)니 단지(斷指, 손가락을 자름)니 하여, 신체를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우리나라 효자로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동시에 나오는 향덕(向德)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향덕은 신라의 웅천주(현재 충남 공주) 판적향(板積鄕) 사람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선()이요 자는 번길(番吉)인데 천자가 온순하고 선량하여 온 고을이 그 행실을 추앙하였고 어머니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았다. 향덕 또한 효도와 공순으로 당시에 칭찬을 받았다. 경덕왕 14(755)에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주리고 유행병마저 더하여 부모가 주리고 또 병든 데다 어머니는 또 옹질이 발생하여 모두 죽게 되니 향덕은 밤낮으로 입은 옷을 벗지 아니하고 정성을 다하여 위안하며 봉양할 것이 없어 자기 허벅지의 살을 베어 먹이기도 하고 또 어머니의 옹질을 입으로 빨아서 낫게 하였다. 그리하여 마을에서는 주로 보고하고 주에서는 왕께 보고하니 왕은 명령을 내려 벼 3백 가마, 집 한 채, 식구 수에 따라 전 얼마씩을 주게 하고 관원을 시켜 비석을 세워 사적을 기록하여 표본으로 삼게 하였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그 땅을 효가리(孝家里)라고 부른다.”(삼국사기) 또한 부모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피를 제공할 목적으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예는 너무도 많아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자식이 간 등 신체의 일부를 부모에게 이식했다는 미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목숨을 끊는 자살은 신체의 훼손과는 다르다. 자살은 평생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이기 때문에 불효 중의 불효이다.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는 어떠한가? 이것은 의미 없는 자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여겨진다. 안중근 어머니 조마라아 여사의 편지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장한 아들 보아라. 네가 만일 늙은 이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이런 부모의 의연한 태도는 이미 660, 신라와 백제가 황산벌에서 결전할 때 장군인 흠춘(欽春)과 그의 아들 반굴(盤屈) 사이에도 나온다. 전쟁의 형세는 신라 편에 불리해진 상태에서 흠춘 장군은 함께 참전한 아들 반굴을 불러, “나라의 신하가 되어서는 충성을 다할 만한 것이 없고, 집안의 자식이 되어서는 효성을 다할 만한 것이 없다. 이제 네가 나라의 위급함을 보고 아낌없이 생명을 바친다면 충과 효 두 가지를 함께 온전히 이를 것이다.(爲臣莫若忠 爲子莫若孝 見危致命 忠孝雙全)라고 하였다. 이에 아들은 흔쾌히 전쟁터로 나아가 분전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이 싸움에서 품일(品日) 장군의 아들 관창(官昌) 또한 같은 설득으로 전장에 나아가 싸우다 순사하였다. 이런 화랑도들의 죽음을 목격한 군사들은 크게 용기를 얻고 사력을 다하여 반격하고 끝내 승리를 거두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충효라는 대의를 취하는 정신이, 결국 신라의 삼국통일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이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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