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스피노자를 찾아서6

이효범 2022. 12. 21. 07:52

(3) 스피노자를 찾아서6

 

구녕 이효범

 

수동적 감정에 빠지지 않고 생명력이 위축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코나투스를 잘 보존하는 자유인이다. 그는 매우 강건한 본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줄 알며, 어떤 정서가 과도하게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사람의 유혹에 대항한다. “본성상 건강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증오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고, 어느 누구도 질투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격분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경멸하지 않고, 결코 교만하지 않다.”

 

자유인의 이런 성향은 감각적이고 상상력에 기반한 속견(俗見)을 벗어나서 이성적 인식에 의한 타당한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성상 강건한 사람은 모든 것이 신의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생겨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며, 따라서 자신이 보기에 불쾌하고 악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과, 더욱이 비도덕적이고, 혐오스럽고, 정당하지 않고, 수치스럽게 보이는 모든 것은 자신이 사물 자체를 무질서하고, 왜곡된, 혼란한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런 까닭에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진정한 인식에 장애가 되는 것들, 즉 미움, 분노, 질투, 조롱, 오만 등 우리가 앞에서 지적했던 모든 것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는 수동적 감정인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 그는 어떤 험난한 일이 닥쳐와도 평온함을 유지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유인이 된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상인 자유인이 되는 비밀은, 이성의 인식을 얻어 타당한 관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주지적(主知的)인 지혜의 길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 있어 무엇보다도 유익한 것은 우리의 지성 혹은 이성을 가능한 한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인간의 최고의 행복 또는 지복(至福)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복이란 신을 직관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생겨나는 정신의 만족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성을 완전하게 하는 것은 또한 신과 신의 속성 그리고 그의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생겨나는 그의 활동을 파악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성에 의해서 인도되는 인간의 궁극적 목적, 즉 그에게 있어 다른 모든 욕구를 조절하는 최고의 욕구는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의 인식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타당하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욕구이다.”

 

스피노자가 강조하는 진정한 자유는 사실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과 동일하다. 앞에서 스피노자는 우리가 느끼는 기쁨이란 자기 생명력이 고양되는 것에 대한 의식이고, 우리는 기쁨을 주는 대상 즉 우리를 더 완전하게 하는 외적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쁨(감정)이란 스피노자에 의하면 신의 영원한 본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임을 이성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두 명제를 합하면 우리는 신을 지적(이성적)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랑은 우리가 이성의 명령에 따라서 욕구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이다. 그리고 이런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으로부터 우리는 거꾸로 구원과 행복과 자유를 얻는다.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스피노자는 현자(賢者)라고 불렀다. 스피노자의 윤리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어렵지만 현자의 길로 가야 한다.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이렇게 마무리 하고 있다. “현자는 오직 쾌락에 따라 동요되는 무지한 자보다 훌륭하다는 것이 명백하다. 왜냐하면 무지한 자는 외적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동요되어 결코 영혼의 참다운 만족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신과 사물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며, 작용받는 것을 멈추자마자 존재하는 것도 멈추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현자는 현재로서 고찰되는 한에서 거의 영혼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과 신과 사물을 어떤 영원한 필연성에 의해서 인식하며, 존재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고, 언제나 영혼의 참다운 만족을 소유한다. 이제 여기에 이르는 것으로서 내가 제시한 길은 매우 어렵게 보일지라도 발견될 수는 있다. 또한 이처럼 드물게 발견되는 것은 물론 험준한 일임이 분명하다. 만일 행복이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서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참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Sed omnia praeclara tam difficilia, quam rara s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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