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6-12. 계류기구법

이효범 2022. 7. 5. 06:39

6-12.  계류기구법(繫留氣球法)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갇혀져 있는 감옥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나 선입견과 편견으로 찌든 마음의 틀을 여간해서는 무너뜨릴 수 없다. 이럴 때 계류기구로 상공에 올라가 전체를 내려다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문제가 성공했을 때가 사실은 실패한 것이라든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전체적인 면으로 볼 때는 성공적인 경우가 많다. 차원을 바꾸어 생각한다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헤겔은 변증법이 인식의 발전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발전논리라고 생각했다. 즉 모든 사물은 정(, 정립), (, 반정립), (, 총합)3단계로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물이 정립되면 다음 단계에서는 그것에 대한 반대가 정립된다. 그러면 만물은 태어나서 유전하며, 만물을 생성하는 것은 사물의 대립이라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처럼 존재는 모순구조를 갖게 된다. 이것은 모순을 범할 수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생각이다. 그러나 헤겔은 존재를 생성해가는 절대자의 이성은 모순 속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총합에서 이 모순을 해결한다고 주장한다. 3단계에서 모순은 지양(止揚, Aufheben)된다. 지양에는 보존하다폐지하다라는 상반된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이 말은 정립과 반정립의 모순(대립)적인 것이 높은 단계인 총합에서는 폐지되고, 그 내용은 새롭게 보존되어, 이성의 내용이 더욱 구체화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차원을 바꾸어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산을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것을 내려올 때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느 한 시스템 속에서 어떤 일이 좋고 나쁜가를 판단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그 시스템을 포함한 큰 시스템을 생각하고 그 이해관계에 대해 검토하면 사실은 그 같은 평가가 반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계류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듯이, 높은 곳에서 보면 올바른 착상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낮은 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낭비로 보이는 것이 높은 차원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비용이 되는 경우가 있다. 불경기 때 줄이지 않은 연구개발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생각을 계류기구에 실어 높은 곳에서 바라다본다는 것은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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