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5, 역설)

이효범 2022. 5. 23. 06:47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05, 역설)

 

o 역설

 

구녕 이효범

 

세상에

말 중의 말은,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있는

침묵.

 

세상에

옷 중의 옷은,

입지 않으면서

입고 있는

나체.

 

침묵으로 말하고

나체로 옷을 입어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하고 있는

하늘에 오르리라.

 

후기:

逆說(paradox)부정하기 힘든 추론 과정을 거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역설로는 제논의 역설이 있습니다. 엘레아학파의 창설자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인 제논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은 흐른다라는 이론을 반대하기 위해 몇 가지 역설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입니다. 전문은 이렇습니다. “아킬레우스가 100m 가는 동안 거북이가 10m 간다고 가정하고, 거북이가 아킬레우스보다 100m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상태에서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기 위해 100m 앞으로 갔다고 하면, 동시에 거북이는 10m를 나아간다. 그러면 거북이와 아킬레우스는 10m만큼 떨어져 있는데, 이 때 아킬레우스가 다시 10m를 더 나아가면, 거북이는 1m를 이동하여 거북이가 다시 1m를 앞서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킬레우스가 다시 1m를 가면, 거북이는 0.1m를 더 나아간다. 따라서 아킬레우스는 아주 미세한 거리만큼은 항상 뒤처지게 되므로, 아무리 가까워져도, 거북이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제논이 살았던 그리스 당시에는 보통 사람이 이 힘든 추론과정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내는 것은 아마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결론을 또한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역설은 그 후 쉽게 극복되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쟁이의 역설같은 것은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역설입니다. “크레타 섬 사람인 에피메니데스는 모든 크레타 섬 사람은 거짓말쟁이어서, 그들이 말한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말이 참말(true)이라면, 모든 크레타 섬 사람은 거짓말쟁이어서, 그들이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false)입니다. 그리고 에피메니데스도 그레타 섬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따라서 이 말은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모든 크레타 섬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어서, 그들이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에피메니데스도 크레타 섬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아니고, 따라서 이 말은 참말입니다. 즉 이 말이 참말이면 그리고 그런 경우에만 이 말은 거짓말이 됩니다. 이것은 어떤 명제가 참이면 거짓이 될 수 없고, 거짓이면 참이 될 수 없는 그런 논리적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일입니다. 이런 역설을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그러나 詩的 역설은 논리를 넘어섭니다. 세상의 사실이나 진리가 모두 인간 理性의 논리에 갇힐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오히려 강철로 된 무지개처럼 역설을 사용하여, 事態 그 자체에 온전히 접근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