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14. 신경생리학적 인간론

이효범 2022. 2. 25. 08:46

14. 신경생리학적 인간론

 

동물계의 의식의 출현은 아마도 생명 그 자체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불가사의 일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것 또한

진화, 즉 자연 선택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칼 포퍼Karl Popper

 

14-1. 신체의 사령탑

 

1989725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서 역사적인 뇌의 10(Decade of Brain)을 선포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뇌연구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런 지원으로 사상 최초로 뇌세포 배양과 이식이 성공되었고, 노인성 치매, 우울증, 정신분열증, 파킨슨병의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일본 정부는 최근 21세기를 뇌의 세기(Century of Brain)로 선포하고, 1997년부터 20년간 리켄(이화학理化學) 연구소를 중심으로 2조 엔을 지원했다.

인간의 마지막 신비를 밝힐 인간의 두뇌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다. 그런 모든 작용의 사령탑격인 인간 두뇌의 무게는 약 1500g 정도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유럽의 백인 남자는 평균 1450g이고 극동에 살고 있는 황인종이나 에스키모인과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평균 1550g 정도가 된다. 몸무게와 뇌무게의 비율은 침팬지가 150 : 1, 고릴라가 500 : 1, 사람이 50 : 1이다. 뇌질량의 절대치가 사람의 뇌보다 더 큰 동물이 더러 있고, 몸둥이에 비해 뇌의 크기가 사람보다 더 큰 동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뇌의 절대 크기와 몸에 대한 뇌의 상대적 크기를 종합해 평가해 보면 사람의 뇌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 정도인데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량의 20% 이상을 사용하며, 또 전체 혈액량의 20% 정도를 필요로 한다. 이런 두뇌는 신경 세포와 보조 세포인 신경교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숫자는 약 500억 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5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가지를 쳐서 그것들 간의 조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대가 된다.

신경 세포인 뉴런(neuron)은 세포체, 수상돌기 및 축색돌기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체는 세포의 생존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수행하며, 세포체 속에 있는 세포핵은 DNA형태로 유전정보를 지니고 있다. 각 뉴런에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임펄스를 받아들이는 짧은 머리카락 모양의 입력섬유인 수상돌기가 수천 개에서 만 개 정도나 있다. 축색돌기는 수많은 정보를 종합하고 평가하며 전기자극 형태로 전달하고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축색돌기가 두꺼울수록 전기와 정보의 전달속도가 빨라진다. 축색돌기에는 가늘고 길게 뻗어 나온 축색종말이 있어서 다른 수상돌기와 연결된다.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완전 발육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고 성장의 양상도 다른 기관과는 다르다. 즉 다른 장기들은 태생기에 이미 구조적인 발육이 완성되고 출생 후에는 세포 증식에 의해 크기가 달라질 뿐인데, 뇌는 출생 이전에 이미 일정한 신경 세포의 수가 정해지고 그 이후엔 구조적인 성장만이 일생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한 신경 세포는 다른 신경 세포와 점점 밀접한 연관을 가지면서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다.

태생기에 중추 신경계의 형성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직사각형의 평면판의 조직이 생겨나고, 이것의 양쪽이 말려들면서 원통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원통의 아랫부분이 막히면서 척수를 만들고, 수태된 태아가 5주가 되면 원통의 윗부분은 콩나물처럼 구부러지며, 8주에는 윗부분에 돌기가 나타난다. 이것이 곧 인간의 태생기 뇌가 되는 것이다. 이후 뇌는 제2의 성장기로 들어가는 데 813주까지 급속도로 뇌신경 세포의 성장이 일어난다. 출생 전 10주부터 출생 후 2년간이 뇌의 본격적인 성장기로서, 이때 뇌신경간에 밀접하고 긴밀한 상호 연결이 이루어진다. 출생할 때 뇌의 무게는 성인의 25% 정도이고, 매분 1mg의 속도로 성장해서 생후 6개월이 되면 성인뇌의 50%, 2년 반이 되면 70%, 5세가 되면 약 90%에 도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어린아이의 지능 발육의 대부분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두뇌의 작용은 수없이 얽힌 신경 세포 상호간의 작용에 의해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를 판단한 후 다시 명령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일정한 자극에 대한 정보의 전달 통로가 신경 회로이다. 이 신경 회로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빠르게 발달해 있느냐에 따라 두뇌의 능력이 좌우된다. 신경 회로의 발달은 특히 어떤 생명체가 발달 초기에 어떤 환경 조건에 있었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유아기나 어린 아동기에 심한 영양 실조나 문화 실조처럼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아동이 성장하게 되면, 두뇌 발달에 커다란 장애를 가져오게 된다.

버클리 대학이 수행한 한 연구 보고에 뇌의 성장과 조기 환경과의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한 그룹의 실험쥐는 복잡한 장애물과 자극물들이 가득 찬 우리 속에서 키우고, 다른 한 그룹의 쥐는 단조로운 환경의 우리 속에서 키웠다. 105일 동안 키운 후, 두 그룹의 쥐의 뇌를 서로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복잡한 환경 속에서 자란 쥐의 대뇌 피질은 단조로운 환경 속에서 자란 쥐의 대뇌 피질보다 두꺼워져 있었다. 뇌신경 세포 수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뇌신경 세포간의 연결은 훨씬 복잡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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