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지게

이효범 2021. 9. 29. 07:06

오랜 옛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버지는 늙고 약하여 아무 일도 못 하고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있기만 했다. 그리고는 점점 병이 더 깊어져서 대소변까지도 방 안에서 보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들은 커서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효도하지 않았다. 아들이 아버지를 그렇게 대하니까 며느리마저 늙은 시아버지를 몹시 구박하여 부부가 마주 앉기만 하면 불평을 했다.

다른 노인들은 저 나이가 되면 죽는데 아버님은 죽지도 않으니늘 먹을 것만 달라지를 않나, 똥오줌을 제대로 누나. 귀찮고 지저분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부부는 날이 갈수록 늙은 아버지를 더욱더 구박했다. 어느 날 못된 아들은 문 밖에서 놀고 있던 자기의 아들을 불렀다.

저기 외양간에 헌 지게가 있을 게다. 그걸 가지고 오너라.”

아버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헌 지게로 무엇을 하시려구요?”

아이는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며 말했다.

이놈아, 아버지가 시키면 고분고분 들을 것이지 뭔 말대꾸냐!”

아이는 아버지가 몹시 화를 내므로 무서워서 헌 지게를 가져왔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 지게를 마당에 세워 놓은 다음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할아버지를 번쩍 안아 들고 방에서 나와 헌 지게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지게 위에 올려진 할아버지가 눈을 번쩍 뜨더니 몸부림치며 물었다.

왜 이러느냐?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냐?”

그래도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새끼줄로 이러 저리 매어지게에서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묶어 놓았다. 아이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여 물어보았다.

아버지, 할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고, 할아버지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아이는 점점 이상해져서 자꾸만 따라가며 묻자, 아버지는 화가 난 얼굴로 야단을 쳤다.

너는 몰라도 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있어.”

그렇지만 영리한 소년은 끝까지 아버지를 따라가 보았다. 드디어 깊은 산에 도착한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땅에 내려놓더니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다 파고 난 아버지는 지게를 숲 사이로 던지며 말했다.

이 헌 지게는 이제 버려야지.”

아이는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을까 봐 집으로 내려가는 척했지만, 사실 숨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번쩍 안아서 구덩이에 넣는 것이었다. 아이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 아이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헌 지게를 다시 지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느냐? 그리고 그 지게는 이제 쓸 데가 없다. 거기에다 버리고 가거라!”

그러자 아이는 아버지를 똑바로 보면서 대답했다.

이 지게는 또 쓸 데가 있습니다. 이 다음에 아버지가 늙어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 계시면 제가 산에 갖다 버려야 되잖아요. 그 때 이 지게가 또 필요할 거예요.”

어린 아들이 이렇게 말하자 아버지는 그만 정신이 아찔하였다. 언젠가는 자기도 늙어서 아버지와 똑같이 산 속에 버림받는 신세가 될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 내가 아버님께 큰 잘못을 했구나!’ 못된 아들은 크게 뉘우쳤다. 그리고 이제까지 아버지에게 불효했던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그는 당장 달려가 구덩이 속에서 울고 있는 늙은 아버지를 꺼내 드리고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불효했던 며느리도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는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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