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노을이 붉게 물들면서 어디서 불어오는지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일손을 멈춘 목주녀의 뺨을 스쳤다. 목주녀는 시원한 바람에 일손을 멈추고, “여름철 무더위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친정어머니가 보내주는 바람이라는데, 꿈에도 못 잊는 우리 어머니가 저승에서 보내주는 바람일까?”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회상에 잠기었다.
일곱이던가 여덟이던가 하던 어린 나이에 그토록 사랑이 많으시던 어머니를 여의고,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아오던 목주녀였다. 목주녀는 우두커니 먼 산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차령산맥의 아름다운 산봉우리 사이로 어머니의 환한 모습이 그려졌다.
“어머니, 어머니! 왜 나를 홀로 버리고 저승길을 가셨습니까? 안 가시면 안 되는 길이었더라면 이 딸자식을 데리고 가실 일이지 어찌하여 내버리시고 혼자 떠나실 수가 있었습니까? 야속하십니다. 어머니!”
눈물을 닦고 보니 어머니 영상은 사라지고 붉게 노을진 석양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허상이라도 좋으니 항상 어머니 모습이 파란 하늘에 비춰졌으면 하고 안타까워했다. 같은 부모이면서도 어머니는 그토록 사랑을 주시고, 아버지는 어린 딸자식을 그토록 모질게 구박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버지가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이제 어릴 적에 구박받았던 야속함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알뜰하게 모시려 하는데, 일이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목주녀의 계모는 목주녀가 총명하게 자라는 것이 싫을 뿐 아니라 남편의 재산이 목주녀에게 돌아갈까를 몹시 걱정하였다. 그래서 항상 목주녀의 나쁜 점만을 남편에게 고해바쳐 아버지의 미움을 사도록 하였다. 계모의 구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목주녀는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허드렛일만 고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목주녀는 천성이 착해서 아버지와 계모가 싸울까봐 계모가 거짓으로 고해바쳐 모질게 아버지의 매를 맞아도 일체 변명을 하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 사죄할 뿐이었다. 목주녀의 아버지는 매우 고지식한 사람이라 계모에게 쏙 빠져서 계모의 이야기가 그저 아름답게만 들렸으며 그녀를 현모양처로 알고 살고 있다가 나중에는 후처의 꾐에 빠져 목주녀를 그만 내쫓아 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목주녀는 차마 떠날 수가 없어 머물러 남아 온갖 어려움을 당하면서 부모님을 모셨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부지런히 일하고 게을리 하는 일이 없었지만, 계모와 아버지는 기어이 목주녀를 내쫓고 말았다. 목주녀는 할 수 없이 하직하고 집을 떠났다. 밤이 깊어지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얼마나 걸었던지 달빛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동녘하늘에 아침 햇살이 비칠 무렵 목주녀는 기진맥진하여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 산 속의 바위 동굴에서 살고 있는 노파에게 발견되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는데, 그 동안의 사정 이야기를 하고 같이 살기를 청하였다. 노파는 목주녀를 불쌍하게 여기고 함께 살기를 허락하였다.
그 후, 목주녀는 노파를 친어머니처럼 정성으로 모시니 노파도 목주녀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살게 되었다. 이렇게 친모녀처럼 지내는 동안에 객지에 나가 있던 노파의 아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므로 좋은 날을 잡아 혼례를 올린 뒤, 부부가 열심히 일한 보람이 있어 살림이 날로 늘어나면서 몇 해를 지나니 동네에서 소문이 날만큼 부자가 되었다. 목주녀는 친정아버지와 계모에게 학대받다 못하여 버림까지 당하였지만, 원래 효성이 지극하여 자나깨나 두고 온 아버지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는 남편과 의논하여 소식을 알아보니 계모의 쓰임새가 커서 재산을 모두 잃고 끼니조차 잇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뜻을 모은 후, 친정아버지와 계모를 모셔와 옛날처럼 극진히 모시면서 열심히 일을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정성을 다하여 모셔도 계모의 불평은 날로 심해져만 갔다. 목주녀는 석양 하늘에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노래를 불렀다. 농촌에서 살기 때문에 낫을 소재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에 비유해서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목주가'라 하여 오늘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목주녀의 설화는 천안시 역사책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요즈음에도 마을의 부모들이 효도하지 않는 자식을 가르칠 때 목주녀 설화를 이용하곤 한다. 독립기념관 근처에 목주가 공원이 있다. 목주녀 설화는 이 고장 천 년의 세월 동안 효행의 본보기로 전해오는 설화이다. <목주녀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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