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8, 가을 산보)

이효범 2021. 8. 14. 06:06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78, 가을 산보)

 

o 가을 산보

 

구녕 이효범

 

100살 먹은 선배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나이 70이 되니

산이 산으로 보인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옆으로 흔들겠지만

산이 물로 보인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친구도 죽인다.

가을바람에 먹구름 물러가니

구겨졌던 하늘이 곱고 부드럽다.

당신은 머리에 분홍 코스모스를 꽂았다.

우리가 처음 키스 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늑하고

멀리 풍경소리 들린다.

 

후기:

우리는 왜 어렵게 공부하나요? 글쎄, 진리를 알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러면 진리가 무엇입니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빌라도 총독이 잡혀온 예수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감히 생명을 살리는 것이 진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 대해 박식해지고 머리가 영리해져서, 세상을 보이는 대로 믿지 않고, 사태의 배후에 무슨 음흉한 음모가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점점 교만해지고, 공동체의 갈등만 유발시킨다면 왜 공부를 해야 할까요? 결국 자신의 영혼도 무미건조해지고, 세상을 싸움판으로 만드는 이론은 거짓된 이론입니다.

가뭄에 오는 단비가 진리입니다.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언어는 절대 진리가 아닙니다. 정치꾼들이 내뱉는 무책임한 말들은 모두 쓰레기들입니다. 푸른 산속 깊은 옹달샘에 잠에서 막 깬 토끼가 먹을 수 있는 정결한 물이 고이듯이, 당신이 조용하게 건넨 말이 내 가슴 속에 오래 오래 웃음으로 남을 때, 당신은 진리를 말한 것입니다.

산이 산이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하는 힘찬 선언이 정말로 진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