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껴안다(시집)

빈집

이효범 2020. 11. 23. 08:04

o 빈집

 

구녕 이효범

 

빈집이 아름다워라

비워 있어 더욱 아름다워라

흰 구름 종일토록 마음 없이 흘러가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사람들

석양에 등을 펴고 마음 향하는 동구

반은 사람이 짓고

나머지 반은 자연이 짓는 집

외따로 남루 입은 사람처럼 서 있는 집

주인이시여 들어오소서

달빛처럼 들어와 편히 쉬소서.

 

빈집이 아름다워라

비어 있어 더욱 아름다워라

오래인 기다림 응답을 기다리는 곳

먼 길을 돌아서 홀로인 사람

별빛에 눈물 머금고 하늘 우러르는 언덕

반은 사람이 짓고

나머지 반은 자연이 짓는 집

고요에 몸을 떨며 운명처럼 서 있는 집

주인이시여 들어오소서

바람처럼 들어와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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