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38, 보석)

이효범 2020. 9. 6. 16:54

 

o 보석

 

구녕 이효범

 

 

젊은 사람들이여,

헛된 욕망으로 땅 끝까지 쓸고 나가

상처만 남기고 소리 없이 소멸하는

한 때의 태풍이 되지 말고,

홀로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초월하는

희소한 보석이 되라.

큰 나무가 작은 풀을 밀어내듯

내가 더 가질수록 남은 더 가난해진다.

물질처럼 정신도 분열된 세상.

진리나 자선의 이름으로라도

남의 영토를 함부로 침범하지 마라.

밤하늘의 뭇 별처럼,

제 자리에 박혀 온 몸을 불태우며 빛날 때

사람들은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고

고개를 들어 경탄을 한다.

집이라도 팔아 손가락에 끼고 싶은 것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사랑의 굳센 맹세.

그런 맹세의 징표인 보석이 되라.

보석은 묻혀 있어도 보석이다.

그러나 평생 돌로 남아서는 안 된다.

자기 몸의 절반을 깎아내는 고통.

아닌 것은 아니라고 버리는 순수한 열정.

그 결과로 보석은 영롱하고 찬란하다.

그 결과로 보석은 시간에 허물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젊은 사람들이여,

108가지 유혹을 눈물로 뿌리치고

보석 같은 인생을 살라.

 

 

후기:

우리는 결혼할 때 사랑의 맹세로 반지를 서로 교환합니다. 반지는 보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석은 그 종류가 수없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보석이 다 다를 것입니다. 비싼 다이아몬드나 황금도 있지만, 젊은 날 들판에 나가 연인끼리 주고받은 꽃반지도 분명 보석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빛났던 시간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목숨과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보석을 만드는 원석은 거칠고 잡것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처럼 그것은 오래 갈고 닦고 꿰어야 비로소 보석이 됩니다. 그런 숨겨진 연마의 고통을 지나야 보석은 영롱하게 빛이 나고 사람들이 탐을 내는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결국 보석은 자기를 초월할 때 보석이 됩니다. 그런 보석은 자기 이외에 무엇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해하거나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보석은 주변을 빛나게 하고 영광스럽게 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우리 문화가 오랫동안 추구한 이상적 인간상은 君子입니다. 군자는 보석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군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를 깎는 수련에 정진합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쾌락의 노예로 전락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몸에 밴 흐트러지지 않는 진실하고 단아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런 인품에서 풍기는 군자의 덕성은 계곡의 난초처럼 이웃을 향기롭게 합니다. 어쩌면 資本主義라는 이 시대에 군자의 삶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실은 그런 인간이 되는 것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지 않는 삶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