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시

상사화

이효범 2020. 8. 2. 07:27

 

 

o 상사화

 

구녕 이효범

 

단박에 사랑이다.

옷도 걸치지 않았다.

 

불타는 상사화야

어쩌란 말이냐.

비 오는 산중에서

나는 혼자이다.

 

후기:

7,8월에 피는 상사화는 잎이 말라 없어진 후에 꽃대가 쭉 올라와 끝에서 꽃이 피는 수선화과 식물입니다. 한 몸이지만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서로 그리워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우리의 사랑처럼 아주 슬픈 이름입니다.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에는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한 마라난타가 지은 佛甲寺가 있습니다. 불갑사 주위는 상사화 자생지로 유명합니다. 여기서는 이 꽃을 상사화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해서 꽃무릇이라고 부릅니다. 초가을 나무 아래 무리지어 붉게 피는 꽃무릇은 정말 장관입니다.

꽃무릇과 관련된 슬픈 전설이 하나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 오래 동안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불갑사의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 외동딸을 얻었습니다. 미모가 뛰어나고 효성이 지극한 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딸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빌며 백일 동안 탑돌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젊은 스님이 이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출가한 스님이기에 슬프게도 고백을 할 수 없었습니다. 탑돌이를 마친 여인이 이윽고 집으로 돌아가자 스님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에 스님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꽃이 돋아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푸른 잎과 붉은 꽃이 함께 하지 못하고 번갈아 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상사화라고 불렀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언제나 슬픕니다. 대부분 우리들의 첫사랑이 그렇지요. 평생 못 잊고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 주변에서 럭키하게 첫사랑이 결실을 맺어 결혼에 이른 커플을 봅니다. 그 중에는 부러운 부부도 있지만 불행한 부부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언제나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