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

나이 70에 부르는 인생 노래(67, 여기)

이효범 2024. 1. 23. 08:12

o 나이 70이 부르는 인생 노래(67, 여기)

 

o 여기

 

구녕 이효범

 

지나온 길이 멀고

갈 길이 짧다고 문득 느낄 때,

오래된 말씀을 잊고

뒤를 돌아다본다.

붉은 절벽을 기어오르고, 푸른 강물로 뛰어들었던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은 길이 뱀처럼 누워있다.

이제 황금이 놓여 있어도 더 오르는 것은 싫다.

제발 여기가 산마루였으면 좋겠다.

사방 둘러보기만 해도 충분한 풍경

흰 구름은 떠가고 바람은 불어온다.

하늘 아래 세상이 이렇게 경탄스러웠던가.

저절로 내려가는 길

욕심도 사라진 가벼워진 몸

친구와 손잡고 천천히 걸으면

흐르는 시냇물처럼 터져 나오는 콧노래

꽃길이면 어떻고

눈길이면 어떠하리.

걸어보니 모든 길이 결국 그 길이 그 길인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산모퉁이를 돌면

거기, 모시 적삼 입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아득한 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