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나이 70이 부르는 인생 노래(67, 여기)
o 여기
구녕 이효범
지나온 길이 멀고
갈 길이 짧다고 문득 느낄 때,
오래된 말씀을 잊고
뒤를 돌아다본다.
붉은 절벽을 기어오르고, 푸른 강물로 뛰어들었던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은 길이 뱀처럼 누워있다.
이제 황금이 놓여 있어도 더 오르는 것은 싫다.
제발 여기가 산마루였으면 좋겠다.
사방 둘러보기만 해도 충분한 풍경
흰 구름은 떠가고 바람은 불어온다.
하늘 아래 세상이 이렇게 경탄스러웠던가.
저절로 내려가는 길
욕심도 사라진 가벼워진 몸
친구와 손잡고 천천히 걸으면
흐르는 시냇물처럼 터져 나오는 콧노래
꽃길이면 어떻고
눈길이면 어떠하리.
걸어보니 모든 길이 결국 그 길이 그 길인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산모퉁이를 돌면
거기, 모시 적삼 입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아득한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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