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부부관계에 대해서 1)
o 부부관계에 대해서1
구녕 이효범
사람이 서서 두 팔을 벌리면 십자가 모양이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비트루비우스적 인간)에서 보듯이, 이 모습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쭉 뻗은 두 팔은 수평을 이루지만 까딱하면 한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머리에서 배와 성기를 지나 다리로 이어지는 몸통은 나무처럼 수직을 이루지만 까딱하면 쓰러지기 쉽다.
인간관계로 그렇다. 우리가 태어나서 최초로 형성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비처럼 부모의 생명력이 자식으로 이어지지만 아주 위태롭다. 남자와 여자가 성장해서 맺는 부부의 관계는 수평적 관계이다. 새의 양 날개처럼 함께 협력하여 하늘을 날 수 있을 때만, 비로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먹이를 잡을 수 있다.
수평적 관계를 이루는 부부는 가장 가까운 친구 중의 친구이다. 멀고 힘든 길을 함께 손잡고 가야 할 사이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부부는 어떤 문제라도 극복할 수 있는 최강의 환상적 팀이 되어야 한다. 환상적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의 묘약이다. 도대체 그것은 무슨 약인가? 플라톤이 쓴 『향연』에 보면 사랑에 관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열변이 나온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남녀 양성의 신화를 들어 사랑을 설명한다.
옛날 사람의 조상은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 볼 때 모든 것이 두 배였으며 우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들은 등과 허리가 둥근 구형球形의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이 넷, 발도 넷, 아주 둥글고 긴 목 위로 완전히 똑같은 얼굴이 둘 그리고 서로 반대쪽에 있는 두 얼굴을 하나로 합친 머리가 하나, 귀는 네 개, 생식기는 두 개가 있었고, 모든 나머지는 거기에 맞추어 있었다. 인간 조상에게 생식기가 두 개씩 있었다는 말은 인간에게 세 가지의 성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즉 둘 다 남성 생식기인 경우, 둘 다 여성 생식기인 경우, 그리고 양성(남여성, androgynos) 모두를 가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남성은 태양에서, 여성은 땅에서, 양성은 달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들은 어찌나 힘이 세고 용감했던지,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신들과 싸움을 벌일 정도였다. 화가 난 제우스는 벌로서, 그들을 위에서 아래로 마치 두부를 자르듯이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그래서 사람의 통일성, 완전성, 행복은 두 동강이 났다. 그 이후 사람들은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자기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 과거의 완전했던 몸을 회복하려는 노력, 열망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파네스에게 있어서는 오직 사랑만이 “우리에게 우리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시켜 주며 우리의 병을 고쳐서 행복하게” 해준다. 이런 사랑은 두 사람을 친밀하게 하나로 묶어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한 순간이라도 떨어져 홀로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파네스에게 있어서 진정한 사랑이란 우리의 본모습과 통일성을 회복시켜 주는 사랑, 온전한 것에 대한 사랑, 우리를 고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랑, 이승에서든 전생에서든 간에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안겨주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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