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7, 고통과 약속)
o 고통과 약속
구녕 이효범
고통을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고통이 장마처럼 짙게 몰려오지 않고 혼자 온 것을
오월의 빨간 장미꽃 본 듯 기뻐합니다.
그러니 바위만큼 무겁지 않고 외투처럼 걸칠 수 있는 것을
먼 곳에서 찾아온 친구처럼 감사합니다.
고통을 약속했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도끼로 내 발등을 찍는다 해도
찍힐 수 있는 발등이 있다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러니 당신이 영영 멀리 떠나간다 해도
분에 넘친 선물이었다고 감사합니다.
후기: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입니다. 그러니 존재하는 한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애쓸수록 늪에 빠진 사람처럼 더욱 고통스러워집니다. 고통을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고통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운명을 사랑해야 하는 것처럼 고통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고통이 나를 성숙시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통은 결코 인간을 파멸시키는 형벌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하늘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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