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는 이미 세상의 재미를 포기하려는 즈음에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서 삶을 즐기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서 아이들에게 돈 주기를 아끼며 인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들을 좇아오는 것이 우리들을 몰아내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사물의 질서는 우리의 존재와 생명을 희생함으로써밖에 아이들이 살아갈 수 없는데, 그것이 두렵다면 당초에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로서는 아이들이 능력이 생긴 뒤에는, 자기 재산을 아이들과 공동으로 나누어 가지며 집안 살림살이도 알려 주고 함께 처리해 가지 않는 것이 부당하고 가혹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목적으로 아이들을 낳는 것이니, 아이들의 편익을 위해서 자기 편익을 줄이고 절약해야 할 일입니다.
늙어 꼬부라져서 반은 죽어가는 아버지가 집 안 한구석에서 재산을 혼자 누리며, 여러 아이들의 발전과 교제에 지장을 주고, 그러는 동안에 아이들이 젊은 나이에 공공 사무에 참여하여 세상 사람들에 관한 지식을 얻을 기회를 잃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그런 때 아이들은 아무 희망이 없으니, 부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하게 됩니다. 나는 우리 시대에 많은 훌륭한 가문의 청년들이 도둑질하는 버릇에 빠져서, 어떠한 징벌을 받아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그 형이 대단히 젊잖고 가문도 좋은 호탕한 귀인인데, 그분이 내게 와서 간청하기에, 언젠가 나는 그 청년에게 말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백하며 대답하기를, 자기 부친이 너무 엄격하고 인색했기 때문에 그가 이런 더러운 짓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이제는 버릇이 골수에 박혀서 그 짓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했습니다. 한데 그때 어떤 부인이 일어나는 자리에 여러 사람들과 참석했던 참에, 그 부인의 반지를 훔치다가 들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를 보자, 나는 다른 귀인에 관해서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분은 어릴 적에 이 버릇에 푹 젖었는데, 자기가 재산의 주인이 된 후에는 이 버릇을 버리려고 결심했으나, 그래도 상점을 지나다 탐나는 물건을 보면 훔치지 않고는 못 배겨서, 그는 그 값을 치르는 수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버릇에 물들어서, 친구 사이에도 예사로 도둑질하며 다음에 돌려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가스코뉴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도둑질보다 더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내 판단으로 비판하는 것보다 기질적으로 혐오합니다. 욕심이 나더라도 나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지방은 프랑스의 다른 지방보다는 엄격하여 이 행위가 비난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대에 여러 번 다른 지방에서 온 좋은 가문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쾌씸한 도둑질로 처형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이런 방자한 행위에 관해서, 어느 면에서는 부친의 악덕을 원망해야 할 것이 아닌가 두렵습니다.
여기서는 어느 날 이해력이 깊은 한 귀인이 했던 것과 같은 대답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절약해서 자기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더 소득을 보아서 쓰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집안사람들에게 존대받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며, 나이가 많아서 다른 힘은 모두 없어졌으니, 이것만이 자기 집에서 그의 권위를 유지하고 남의 경멸을 면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색은 노년뿐 아니라 모든 허약에서 나옵니다.) 그것이 어떤 방편은 됩니다. 그러한 치료법이 필요한 병은 발생하기 전에 막아 두어야 할 일입니다. 어떤 부친이 아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밖에 자식의 애정을 받을 수 없다몀, 그는 참 가련한 인물입니다. 이런 것도 애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 사람은 자기 도덕과 그의 능력으로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착하고 행세가 점잖아서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풍부한 물질은 불탄 재에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관을 받던 인물들의 유해와 유물까지도 경의와 숭배를 받는 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노년이 되어 아무리 노쇠하고 썩은 냄새가 나더라도, 젊었을 때 영광을 받고 지낸 인물은 그 아이들에게 존경받지 않는 일이 없으며, 그는 그들의 마음을 이치에 맞게 의무에 지키도록 지도한 것이고, 궁하거나 필요에 못 이겨서, 또는 강제와 억압으로 존경하게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내 이견으로는, 권위가 애정보다도 힘의 위에 놓일 때에 더 견고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함음 대단한 잘못이다.(테렌티우스)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제2권, 8,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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