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막스 셀러Max Scheler의 인간론
“‘인간이란 무엇인가?
존재 가운데서의 인간의 지위는 어떠한가?’
라는 물음은 나의 철학적 의식이 최초로 각성된 이래로
다른 어떤 철학적 문제보다도 더 절실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문제였다.”
― 셸러
16-1. 철학적 인간학의 대두
독일의 현대 철학 사조 중의 하나인 ‘철학적 인간학’은, 1928년 막스 셸러Max Scheler가 쓴 작은 책 ?우주에 있어서의 인간의 지위?로부터 기원한다. 셸러는 이 책 서론에서 철학적 인간학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인간을 연구하는 특수 과학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것들은 각기 충분한 가치가 있겠으나 인간의 본질을 밝혀 주기는커녕 도리어 은폐하고 있다. (…) 이리하여 역사상 그 어느 시점에서도 인간이 오늘날처럼 문젯거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적 인간학을 철학의 중심 과제로 뚜렷이 부각시킨 최초의 사람은 칸트였다. 칸트는 세계 시민적 의미에서 철학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물음에 귀착된다고 말한다.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4)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서 그는 첫째 물음은 형이상학이, 둘째 물음은 도덕이, 세째 물음은 종교가, 그리고 네째 물음은 인간학이 해답하지만, 처음의 세 물음들은 최후의 물음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들은 이들 모두를 인간학으로 볼 수 있다고 인간학을 강조한다.
칸트는 전통적 철학 노선에 따라 인간의 본질을 이성에서 찾았다. 그가 가리키는 이성은 인식 능력이다. 그러므로 칸트에게 인간은 결국 인식 주관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생철학자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인간을 인식 주관으로 규정하는 것을 비판한다. “로크, 흄, 칸트가 구성했던 인식 주관의 혈관 속에는 현실적인 피가 아니고, 단순한 사유 작용인 이성의 희석화된 수액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 인간에 대한 역사적 심리적 탐구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 인간, 이 의욕하고 느끼고 표상하는 존재를 또한 인식과 그 개념에 대한 설명의 기초로 삼으려는 방향으로 나를 몰고 갔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인식적 존재로 보는 관점에서 오히려 인간을 모든 철학적 물음의 중심으로 다루려는 뚜렷한 전환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철학적 인간학은 전통적 인식론의 붕괴와 밀접히 연관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인식론을 철학의 근본 분야로 생각했다. 확실한 인식의 가능성을 묻는 이 인식론에서 철학의 모든 다른 분과 및 모든 다른 과학에 대한 기초가 놓여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인식론은 철학 전체의 시초에 오게 되었고, 그러므로 인식론과 더불어 철학의 연구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인식론의 이러한 결정적 역할은 철학이 발전하면서, 그리고 심리학이나 생물학 등 인간에 대한 개별 과학들이 철학의 문제 설정에 대해서 점차로 그 의의가 증대함으로 말미암아 동요되었다. 데카르트 이래 근대의 인식론은 인식의 체계를 자율적으로 자기 스스로부터 구축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인식 작용이 허공에서 떠돌지 않고, 인간 삶의 한층 더 깊은 근거 속에 뿌리박고 있으며, 오직 이것으로부터 이해되어질 수 있을 따름이라는 사실이 점점 명백해졌다.
사람의 이론적 태도는 세계와의 근원적인 실천적 교섭의 지반 위에서 비로소 발전되어 나온다. 이성이 수행하는 합리적 파악은 기분, 감정, 의지 작용 등의 한층 더 포괄적인 연관 속에 관련되어져 있으며, 이것들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인도되고 규정된다. 프로이트가 주장하듯이, 인간의 의식이란 것이 이제는 자기 자신 속에 머물러 있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해되어지는 그런 영역으로 생각되지 않고, 무의식적인 심적 생활의 한층 더 포괄적인 연관 속에 기초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인식의 주관과 객관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특히 어린이와 원시인의 의식의 발전 단계에 있어서 그의 대상과의 근원적인 합일 상태가 주목되어 온 이래로, 이때까지 지녀왔던 그 자명성自明性을 상실해 버렸다.
이렇게 하여 근대의 인식론은 그 지반을 잃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인식 연관의 배후를 파고들어 하나하나의 근원적인 삶의 연관, 즉 인간 존재의 전체로 소급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을 규명할 때 단지 인식 작용에만 국한할 수 없게 되었다. 인식과 연관된 인간 삶의 모든 활동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인식론만으로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반성이, 결국 철학적 인간학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철학적 인간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통일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따라서 그것은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경험과학들이 인간의 일정한 부분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것과는 달리 전체적 통일성을 지향한다. 또한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 인 인간 해석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간을 규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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