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안전 안내 문자
구녕 이효범
코로나가 극성이다.
국가가 종교처럼 국민을 구원한다고
문자를 공중에 대량으로 살포한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집에 머물고”
증상이 없어도 나는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이 때 어르신”
예, 나는 그냥 촌에 살고 있는 이름 없는 노인네일 뿐입니다.
“만성 질환자와 접촉하지 마세요”
그런데 어쩌죠, 유감스럽게도 아내가 만성질환자입니다.
나는 밥을 할 줄 몰라 아내와 떨어져 살 순 없습니다.
“손씻기와 기침 예절 준수”
손씻기는 염려하지 마세요.
너무 자주 씻어 손금이 사라졌어요.
다행이 기침은 아직 나지 않습니다.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 만지지 마세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발로는 턱을 괼 수 없어요.
여야를 막론하고 말로만 정치하는 놈들에게 열 받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얼굴로 마구 갑니다.
그러나 나는 오직 우리 질병본부만은 믿고 있으니
천금 만금으로 알고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
후기:
코로나19가 연일 극성이다. 6.25가 이랬을까. 총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그렇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매일 안전 문자가 온다.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안전문자를 보내주는 사회와 국가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그들이 나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종교가 사람의 영혼을 구원해주듯이, 국가가 이 땅에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개인의 복지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꿈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난세에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이번 코로나19는 일회성 유행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독감처럼 우리 주변에 항상 잠복하고 있다가 언제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을 공격할 것이라고 한다. 총체적으로 의학의 발달만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처럼 사회와 거리를 두고 새로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이때에 반성할 일도 많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도하고 명상하는 경건한 생활보다는 너무나 오랫동안 축제에 빠져 무분별하게 아무 것이나 마구 먹어대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지 않았던가. 자연이 주는 경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웃과의 아름다운 연대를 맺기 보다는 자신의 쾌락만을 탐닉하지 않았던가.
이제 결연히 삶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많은 所有만을 자랑할 것이 아니고 存在 自體의 가치를 재음미해야 한다. 양적인 삶이 아니라 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은 불만족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며 사는 길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이 그렇게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전멸될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빨간 신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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