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미래로 향하는 인류
인류 기원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류학자들은 오랫동안 혁명적인 연구 결과로 파생된 딜레마와 싸워 왔다. 만일 인류가 동물이라면 우리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인류는 동물이지만 진화 과정에서 인류만이 지니는 두 개의 특성이 생겨나서 인류를 동물의 세계에서 존귀한 자리에 서게 하였다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첫 번째 특성으로, 우리 자신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깊은 자기반성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인 자각自覺을 들 수 있다. 진정으로 자각 능력을 지니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이런 특성이 결여된 동물과는 세상을 다르게 살아간다. 자각 능력이 없는 동물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단지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인류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둘째로, 인류 역사의 예외적인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진화상의 변화는 세상에 전례가 없었던 정도의 인위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지식이 모여 축적되고 이를 배워 얻어진 경험을 기초로 한 문화를 들 수 있다. 인간은 문화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문화가 동물에 속한 인간을 비로소 인간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계기이다. 이때 문화의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는 신화神話와 관념이라는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어 갖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꼽을 수 있다. 문화를 통해서 각각의 새로운 세대는 자기 세대가 직접 경험한 내용과 부모들 세대의 경험뿐만 아니라 이전 세대들의 물질과 관념의 양면에서 경험하여 쌓은 모든 지혜를 얻는 이점이 있다. 바로 문화 유산의 축적이다.
동물의 한 종류인 인류가 자각과 문화를 결합하였으며 그 결과 다른 동물과 현격히 구별되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이 존재는 가끔 뛰어난 사회 정치적인 계급 조직과 믿음의 행위 그리고 개인적인 창조성이 뛰어나 그것을 건축과 예술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면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인류는 그들을 감싸는 인위적 환경인 문명 안에서 존재하는데, 처음으로 인류의 관심사는 식량을 얻는 일로부터 아주 멀어졌으며 직접 맞닿은 주위의 물질 세계를 뛰어넘어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필요에 의해서 자기 자신과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한 일들을 찾게 되었다.
인간은 자각 능력과 문화를 통해 생명의 세계 속에서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와 구별되는 최상의 존재가 되었다. 이제 인간은 생명 세계 내에서 단순한 하나의 개체 생명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생명의 전모(온생명)를 파악해 내는 존재로 진화되었다.
온생명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자신을 파악하는 존재가 생겨났다는 것은 곧 자기 스스로를 의식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온생명은 35억 년이란 과정을 거쳐 비로소 스스로를 의식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며 이것은 바로 온생명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인간을 통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은 곧 온생명의 의식 주체로서 온생명 안에서 마치 신체 내에서 중추 신경계가 지니는 것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되었으며, 이는 생명의 역사 전체를 통해 볼 때 생명의 출현만큼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간은 이제 생명의 진화상 모든(온) 생명을 의식하고 모든 생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에 걸 맞는 역할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체 생명이 지니고 있는 생존과 번영하고자 하는 본능을 탐욕스럽게 경쟁하면서 계속 추구하고 있다. 집단적으로는 자연 환경이 허락하는 범위를 초월하는 문명을 건설하였다. 그런데 인간의 입장에서는 성공이고 위대성이라고 여겨지는 이것들이 오히려 인류를 전멸의 상태로 빠트리고 생명의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모든 진화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지금까지 인류가 창조한 모든 문화유산을 고찰하여, 현재 브레이크 없이 마구 질주하고 있는 서구 문명과 과학 문명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 읽을거리
▪이상희·윤신영, ?인류의 기원?, 사이언스북스, 2015.
▪Desmond Morris, 김석희 역, ?털 없는 원숭이?, 정신세계사, 1991.
▪미하일 일리인, 황진우 역, ?인간의 역사?, 청년사, 1986.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정흠 역, ?제3의 침팬지?, 문학사상사, 1997.
▪Marvin Harris, 김찬호역, ?작은 인간?, 민음사, 1995.
▪Philip Karl Bock, 임지현 역, ?인간이란 어떤 것인가?1․2, 문학사상사, 1997.
▪Roger Lewin, 박선주 역, ?인류의 기원과 진화?, 교보문고, 1992.
▪브라이언 M. 페이건, 김수민역, ?크로마뇽?, 더숲, 2012.
▪장회익, ?삶과 온생명?, 솔, 1998.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역, ?지구의 정복자?, 사이언스북스, 2013.
▪유발 하라리, 조현욱역, ?사피엔스?, 김영사, 2015.
▪사라시나 이사오, 이경덕역, ?절멸의 인류사?, 부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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