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 손 : 손은 인간 몸에서 가장 정교한 부위이다. 한 쪽 손을 이루는 뼈는 27개(손목뼈 8개, 손바닥뼈 5개, 손가락뼈 14개)이기 때문에 두 손을 합치면 인체의 모든 뼈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런 손에는 1cm당 1,200개에 이르는 신경 종말이 분포되어 있는데 그 대부분은 손가락 끝에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손가락은 감촉뿐 아니라 열․고통 따위 감각을 인체 어느 부위보다 가장 예민하게 느낀다. 또한 손에는 1cm당 150 내지 340개의 땀샘이 몰려 있다. 이 땀샘들은 보통 손바닥에 무수하게 솟아 있는 융기 무늬를 따라 나란히 놓여 있다. 땀샘 덕분에 손바닥은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땀샘 덕분에 손은 물건을 쉽게 쥘 수 있고, 촉감 기능이 향상된다.
손에는 인류 진화의 거대한 역사가 담겨져 있다. 인간 손은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를 빼고 나머지 손가락 사이 틈새마다 살짝 부풀어 오른 부분이 있다. 이것은 우리 조상이 네 발로 걸어다니던 시절의 자취이다. 그러나 6천만 년 전 인류가 진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이래 엄지손가락의 진화가 원숭이와 인간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엄지 없는 손은 한쪽 집게가 떨어져 나간 펜치와 유사하다는 말이 있듯이 엄지는 손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다른 손가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벌리고 모으고, 굽히고 펴고,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모든 일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엄지는 손의 일 가운데 45%가량을 혼자 해낸다. 뉴턴은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엄지로 인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고 개발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물론 침팬지․오랑우탄․고릴라도 엄지를 갖고 있기는 하다(원래 다섯 손가락은 영장류에만 나타나는 특성이다). 그러나 검지에 비해 매우 짧은 이들의 엄지는 대부분 장식용 내지는 거추장스럽게 딸린 ‘덤’에 지나지 않는다.
신대륙 원숭이도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맞붙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엄지를 회전시키지는 못한다. 점차 맞붙임 기능이 향상된 인간의 엄지는 인류가 직립 보행을 굳히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른 손가락과 맞붙일 수 있는 엄지는 먹이를 나르는 데 유용했다. 이때부터 인류는 네 발로 걷기보다 두 발로 걷고 남은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편이 경쟁력이 있었다. 그리고 손을 써서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류의 두뇌는 커졌고, 발달한 두뇌가 다시 손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네안데르탈인에 이르면 인간은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완전히 밀착시켜 맞붙일 수 있게 되었다. 넓은 밀착면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작고 섬세한 물건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로써 인간은 더욱 정교한 도구를 만들어 쓰게 되었다.
프랑스의 형질인류학자인 앙드레 르루아구랑 A. Leroi-Gourhan은 『동작과 말』에서, 인간이 직립하면서 앞발이 팔로 변함에 따라 입이 먹이 사냥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동물의 주등이가 먹을거리를 취하는 기관에 얽매여 있는 사이 인간의 손은 유인원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확히 물건을 잡을 수 있게 구조화되었다. 인간의 손가락과 팔이 동물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몫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입은 자유로워지면서 언어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변화하였다. 말이 탄생한 것이다. 말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두뇌기관이 몸통의 생리작용과 분리될 필요가 있었다. 인간은 머리와 몸통이 구분되는 동물과는 다른 독특한 목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목은 인간의 입을 언어활동기관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인간의 눈도 동물의 것과 다르게 변했다. 인간의 눈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수리의 눈처럼 조감도에 제한되지도 않고, 또 짐승처럼 땅에 붙어서 물체의 유무만을 짐작하는 것에 그치지도 않는다. 인간의 눈은 가장 정확한 감각기관으로 물체의 크기와 형체와 거리를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목 때문에 몸통에서 머리가 분리됨으로써 눈은 생각하는 지능인 이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인체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자연의 동물적 본능은 희미해지고 이성적인 지능이 그 본능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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