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 끝에 과일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가게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수북했습니다. 주인이 배달 간 사이 아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을 때 승용차 한 대가 가게 앞에 멈춰 섰습니다.
“어서 오세요. 뭐로 드릴까요?”
승용차에서 내린 부부는 낱개로 내놓은 귤을 하나 먹어 본 뒤 한 상자를 주문했습니다. 아들은 냉큼 귤 한 상자를 들어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러나 차가 막 출발하려 할 때 누군가 다급하게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과일가게 주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귤 상자 좀 잠깐 확인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죠?”
부부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주인은 트렁크에서 귤 상자를 꺼내 가게 안으로 도로 들여갔습니다.
“아버지 무슨 일 이예요? 제대로 팔았는데…….”
시간이 지체되는 게 싫어 불쾌하기도 하고 계산이 잘못됐나 싶어 궁금하기도 한 부부도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상자를 열어 귤을 바닥에 쏟은 주인은 상자에서 상한 귤들을 가려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이런, 다섯 개가 곯았군요.”
주인은 다른 상자에서 성한 귤 다섯 개를 골라 상자에 채워 넣고는 아들을 나무랐습니다.
“상자째 판다고 그냥 드려서는 안 된다. 이건 우리 가게의 귤이야.”
“아, 예 아버지.”
주인은 귤 상자를 다시 차에 실은 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들은 그 뒤로 귤을 상자째 팔게 될 때면 아버지가 했던 대로 일일이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귤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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