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격몽요결

이효범 2021. 10. 13. 06:19

무릇 사람들이 부모에게 마땅히 효도해야 함을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되 효도하는 자가 심히 드무니, 이것이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는 데서 말미암은 연고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시니 그 은덕을 갚고자 할진댄(그 은덕이) 하늘같아 다함이 없다.”고 하였으니, 자식이 생명을 받을 적에 성명과 혈육이 모두 어버이가 남겨주신 것이다. 숨을 쉬어 호흡함에 기맥이 서로 통하니 이 몸은 나의 사유물이 아니요, 바로 부모께서 남겨주신 기운이다. 그러므로 시경에 슬프고 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느라고 수고하셨다.” 하였으니, 부모의 은혜가 어떠한가. 어찌 감히 스스로 자기 몸을 소유하여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능히 항상 이 마음을 둔다면 저절로 부모를 향한 정성이 있을 것이다.

무릇 부모를 섬기는 자는 한 가지 일, 한 가지 행동이라도 감히 제 뜻대로 하지 말고 반드시 명령을 받은 후에 행할 것이요, 만일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하더라도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상세히 설명을 드려서 승낙을 얻은 후에 행하되, 만약 끝내 허락하지 않더라도 제 의사대로 곧장 밀고 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날마다 밝기 전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의관을 갖춘 후에 부모의 침소에 나아가 기색을 낮추고 음성을 부드럽게 하여 덥고 추운 것에 안부를 여쭙고,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부모의 침소에 가서 이부자리를 보아드리고 덥고 추운 것을 살피며, 곁에서 모실 때에는 항상 화평하고 기쁜 안색으로 공경스럽게 응대하여 매사 제 성의를 극진히 하여 받들어 모시되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절하고 말씀드려야 한다.

지금 사람들은 흔히 부모에게 의지하고 자기의 능력으로 제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니, 만약 이렇게 세월만 보내다 보면 종내 부모를 모실 때가 없을 것이다. 반드시 집안일을 맡아 스스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다 한 연후에야 자식된 직분을 바로 닦는 것이다. 만일 부모가 굳이 듣지 않으시면 비록 집안일을 맡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뒤를 보살펴 드려서, 부모에게 잡수실 것을 갖추기에 극진히 하여 구미에 맞도록 하여야 할 것이니, 만일에 생각마다 부모 봉양에 있다면 산해진미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양 왕연이 엄동설한에 성한 옷 한 벌도 없으면서 극진히 부모에게 맛있는 음식을 드렸음을 생각할 때마다 감탄하는 눈물이 흐른다.

보통 아버지와 자식의 사이에 흔히 사랑이 공경보다 지나치니, 철저히 구습을 씻어버리고 그 존경함을 극진히 하여 부모가 앉거나 누워 계시던 곳에 자식이 감히 앉거나 눕지 않을 것이요, 부모께서 손님을 맞이하던 곳에서 자식이 감히 사사로운 손을 맞이하지 못하며, 부모께서 말을 타고 내리는 곳에서 자식이 감히 말을 타고 내려서는 아니 된다.

부모의 뜻이 만약 의리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받들어 추호라도 어기지 말 것이요, 만일에 의리를 해치는 것이라면 화평하고 부드러운 기색과 말소리로 거듭해서 아뢰어 반드시 들으시도록 할 것이다.

부모께서 병환이 있으시면 마음으로 근심하고 기색이 저상되어 다른 일을 제쳐놓고 오로지 의사에게 묻고 약을 지어 오는 것으로 일을 삼아서 병환이 회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 있어 순간이라도 부모를 섬김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식된 자는 모름지기 정성과 힘을 다하여 항상 제 능력을 다해 섬기면서 그래도 정성과 힘이 미치지 못하지나 않는가 하듯 해야 한다. 옛사람의 시에, “하루의 부모 봉양은 삼공의 부귀와 바꿀 바가 아니다.”고 하였은 즉, 이른바 해를 아낀다.”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이다.

<이이, 격몽요결(擊蒙要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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