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62, 이제 다시 사랑)
o 이제 다시 사랑
구녕 이효범
담 너머에 핀
노란 산수유여,
너는 발이 없어도
또 눈이 멀었어도
예언자처럼
때가 왔음을 알린다.
나아가 무참히 깨질 것인가.
머물러 속까지 썩을 것인가.
그래 좋다.
코로나로 막가는 세상,
너만 믿는다.
이제 다시 사랑이다.
후기:
봄의 전령사 중의 하나인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습니다. 봄꽃들이 노란색이 많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산수유는 나무 전체가 노란색이라 마치 자연이 만든 노란 신호등 같습니다.
노란 신호등은 우리를 긴장시킵니다. 정지선 전에서 노란 신호등을 보고 서행하여 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면 안심이지만, 달리는 속도가 있어 급히 정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억지로 급히 정지했다가는 뒤에서 오는 차에 받혀 사고 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노랑 불인데도 더 속도를 내어 정신없이 교차로를 빠져나가면 이번에는 신호 위반에 걸린 것이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인생의 길도 노란색 신호등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쩔쩔 맵니다. 젊을 때도 그랬고 늙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는 먼저 서서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라고 하지만, 이것은 단지 형식적인 원칙이고, 분주히 오가는 실제 상황에서는 그럴 틈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몸이 시키는 대로 서둘러야 합니다.
결혼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합니다. 노란 신호등 같은 이런 인생의 중대사에 마냥 청춘이 시들 때까지 미루지 말고, 모험을 안고 결혼을 선택한 이후에 후회하는 것이, 그래도 인생에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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