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61, 2월)
o 2월
구녕 이효범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행운처럼
게으른 사람이 우물쭈물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사라지는 달.
우수지나 경칩.
기러기 북쪽으로 돌아가고
동면하던 개구리 놀라서 깨면
팝콘처럼 터지는 매화.
서둘러라.
인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
지금 신발 끈을 동여매지 않으면
고운 노을이 지는 가을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과 춤출 수 없으리.
후기:
2월은 1년 12달 중에 가장 짧은 달입니다. 1월도 31일, 3월도 31일이니까, 그 사이에 낀 28일만 있는 2월 달로서는, 낀 세대처럼 참으로 억울할 것입니다. 3일이면 무엇이든 作心을 할 수 있는 긴 시간입니다.
달이라는 시간의 마디가 비록 인간이 인공적으로 구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마디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연이 만든 것입니다. 2월은 추위가 물러가고 크게 吉해지는 立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동강물이 풀리고, 좋은 씨앗을 고르는 雨水를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3월 驚蟄으로 이어집니다. 한 마디로 2월은 꽃이 시작되고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에 생명이 그렇듯이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갑니다. 더군다나 2월은 상대적으로 짧은 달이다 보니, 어, 2월이 왔네, 반가워했는데, 벌써 끝나갑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은 더욱 공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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