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50, 나무 오르기)
o 나무 오르기
구녕 이효범
나무를 오를 때는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해를 더 잘 보기 위해 올라갔든
익은 과일을 따기 위해 올라갔든
당신은 꼭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린다.
당신이 새처럼 날아갈 수 없다면
무거운 짐을 버리고 가벼워져야 한다.
밑을 살피며 기어 내려와야 한다.
땅으로 연착륙할 수 없다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다.
후기:
나라의 어른이 사라졌습니다. 눈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민족의 功臣들이 적폐로 깡그리 沒却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증오하던 아들이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듯, 민주화의 투사들이 간특하게 독재자로 변모했습니다. 회장이 남겨놓은 재산을 두고 왕자들이 난을 일으키듯, 공신들이 이루어 놓은 황금을 두고 세상이 싸움판이 되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소송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소송의 중심지인 법무부만 신났습니다.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마구 잡아갑니다. 이제 법 없이 살던 사람들도 법을 배워야만 살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대통령은 말없이 자기 이익만 챙깁니다.
우리 문화의 핵심인 德은 어디로 갔습니까. 향기나는 난을 키우는 것은 따뜻한 바람입니다. 국민들은 몇 날 몇 달을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싸움하는 것을 지겹게 지켜보기 보다는, 활기찬 일터에 나가 땀 흘려 일하기를 원합니다. 쉬는 날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 먹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원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그런 일상도 막혀 있는데, 법무부 장관만이 혼자 거품을 품고 망나니 칼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감히 그럴 수 있는 것은 나라에 어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은 아버지 없는 가정처럼 기강도 사라지고 모두가 잘났습니다. 이 아수라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계속 칼 같은 정의를 외치기보다는 사랑으로 결점까지 보듬는 일입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완전한 세대가 어디 있습니까. 참으로 똑똑한 아들이라면 아버지의 결점을 기억하되 드러내어 망신주지 말고 조용히 덮으면서, 아버지의 장점을 살려 더욱 가문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고 도리입니다. 아버지를 버린 자식은 결국 아들로부터 버림을 당할 것입니다.
너무 늦었지만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은 눈물로써 국민에게 호소해야 합니다. “법무부장관도 내가 임명했고, 검찰총장도 내가 임명했습니다. 이번 싸움은 나의 不德의 소치입니다. 법무부장관은 불법적인 징계를 접고, 법이나 제도를 개선해서 검찰 개혁을 완성하십시오. 검찰총장은 주어진 임기동안 충직하게 부여된 직분을 다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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