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유사의 효

가련하다 가련하다 / 이내가운 가련하다 / 나도 또한 출생후에 / 득죄부모 아닐런가 / 불효불효 못면하니 / 적세원울 아닐런가 / ― / 하느님을 우러러서 / 조화중에 생겼으니 / 은덕은 고사하고 / 근본조차 잊을소냐 / 가련한 세상사람 / 각자위심 하단말가 / 경천순천 하여서라 / 효박한 이세상에 / 불망기본(不忘其本) 하여서라 / 임금에게 공경하면 / 충신열사 아닐런가 / 부모님께 공경하면 / 효자효부 아닐런가 / 슬프다 세상사람 / 자세보고 공경하소 / 나도또한 출생후에 / 조실부모 아닐런가 / 정성공경 없었으니 / 득죄부모 아닐런가 / 나도 또한 충열손이 / 초야에 자라나서 / 군신유의 몰랐으니 / 득죄군왕 아닐런가 / ― / 구미용담 찾아보니 / 흐르나니 물소리요 / 높으나니 산이로세 / 산수는 의구하고 / 초목은 함정하니 / 불효한 이내마음 / 그아니 슬플소냐 / 오작은 날아들어 / 조롱을 하는듯고 / 송백은 울울하여 / 정절을 지켜내니 / 불효한 이내마음 / 비감회심 절로난다 / 가련하다 이내부친 / 여경(餘慶)인들 없을소냐 / 처자불러 효유하고 / ― / 평생에 하는근심 / 효박한 이세상에 / 군불군(君不君) 신불신(臣不臣) / 부불부 자불자 / 밤낮으로 탄식하니 / 울울한 그회포는 / 가슴속 가득하되 / 아는사람 전혀없어 / 처자산업 다버리고 / 팔도강산 다밟아서 / 인심풍속 살펴보니 / 무가내라 할길없네 / 우습다 세상사람 / 불고천명(不顧天命) 아닐런가. <용담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