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오늘(시집)

바닥

이효범 2020. 8. 6. 10:15

o 바닥

 

구녕  이효범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안다.

바닥이 두꺼운 얼음인 것을.

 

땅 위를 걷어가는 사람은 입술로 말한다.

파닥 뛰어 얼른 나오라고.

 

온 몸의 열기로 녹여야만 하는 얼음

얼음이 녹기 전에 내가 얼음이 되는 얼음.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안다.

바닥이 깊은 그리움인 것을.

 

온 정신으로 지워야만 하는 그리움

그리움을 지우기 전에 내가 지워지는 그리움.

 

바닥에 떨어져 본 사람은 안다.

바닥에는 바닥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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