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서명의 효

이효범 2020. 7. 27. 06:38

()은 강건하여 쉴 줄을 모르는 것, 건은 양()으로 저 높이 있어, 자연으로 말하면 하늘이요, 사람으로 말하면 아버지다. ()은 유순하여 거스를 줄 모르는 것, 나직이 앉아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만물을 낳아 주는 어머니의 덕이다. 곤은 음()으로, 자연으로 말하면 땅이요, 사람으로는 어머니다. 인간은 건을 아버지로 하여 여기서 기()를 받고, ()을 어머니로 하여 여기서 형체를 받아 태어난다. 그리하여 한없이 크고 너른 하늘과 땅 사이에 지극히 작은 몸뚱이를 하고 천지의 두 기운과 하나가 되어 그 중간에 서 있다.

만물은 천지 사이에 가득한 음양의 두 기운을 받아 혹은 사람이 되고, 혹은 금수 초목이 되어 각기 다른 모양의 형체를 이루게 된다. 그러므로 천지 사이에 가득한 음양의 기운은 곧 우리 인간의 몸인 것이다. 건은 강건하고, 곤은 유순하니 이것이 곧 천지의 성이요, 천지의 덕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이 천지의 덕을 부여받으니 이것이 곧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 본연의 성()은 인의예지의 도덕성으로 천지의 덕이 우주 만물을 주재하듯, 천지의 덕을 부여받은 인성이 또한 인심(人心)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몸속에 가득 찬 기운을 주재하는 장수(將帥)가 되는 것이다.

천지에는 정기(正氣)와 편기(偏氣)가 있고, 청기(淸氣)와 탁기(濁氣)가 따로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은 모두가 천지를 부모로 하여 천지의 그 정기와 청기를 타고 났으니 모두가 내 동포요 내 형제다. 천지의 편기와 탁기를 받아 형체를 이룬 조수(鳥獸) 초목(草木) 등의 만물 또한 우리와 함께 오직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으니 우리와 한 무리요 우리의 벗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 천지가 낳았으니, 천지의 자식이요, 우리의 임금은 우리의 부모인 천지의 장자요 적자로서, 만물의 생육(生育)에 힘쓰는 천지의 그 큰 덕을 이어받아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신들은 다 천지의 적자인 임금을 보필하는 임금의 재상이다.

우리보다 먼저 난 천하의 모든 노인을 노인으로 존경하여 받드는 것은 내 집 노인을 노인으로 존경하여 섬기기 때문이요, 우리보다 뒤에 난 불쌍한 고아들,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내 집 어린 아이를 어린 아이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천지는 만물을 똑같이 사랑하여 똑같이 길러준다. 사람으로서 천하 만물을 사랑하기를 내 집 사랑하듯 하여 그 덕이 천지의 그 큰 덕에 합하는 것을 성인이라고 한다. 또 우리 동포들 가운데서 덕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을 현인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피로에 지쳐 노핍한 사람, 병들어 뼈만 남은 사람, 형제 없는 외로운 사람, 늙고 자식 없는 사람, 홀아비, 과부 등 이런 불행한 사람들도 다 천지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우리의 형제다. 그런데 이들은 엎드려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기막힌 처지에 있으면서도 하소할 곳이 없으니 그 얼마나 가련한가!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천리의 본성을 행여 인욕(人欲)에 때 묻지 아니할까 두려워하여 조심스레 이것을 지켜 길이 잃지 않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어버이를 공경하는 지극한 정성이요, 천리의 본성 곧 인의예지의 도덕성을 즐거워하여 도덕에 살며 근심할 줄 모르는 것은 어버이에 대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순일(純一)한 효심이다.

이와 반대로 천리의 본성을 망각하고 인욕에 따르는 것을 패덕이라고 하고, 인심의 본체인 인을 해쳐 싹트지 못하게 하는 것을 어버이를 적해(賊害)하는 행위라 하여 대역무도하다고 한다.

또 악을 조장하여 악명을 더욱 높이는 것을 어버이를 섬길 줄 모르는 무지한 자식이라고 한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눈, , , , 등 여러 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하늘이 만들어 낸 것으로 하늘은 또 여기에 형체마다 하나의 지켜야 할 도리를 정해 놓았다. 말하자면 눈은 사물을 밝게 보아야 하고, 귀는 소리를 총명하게 들어야 하고, 입으로는 정도를 말하고, 몸가짐은 공손하게 가져야 하는 등 여기에는 각각 주어진 도리가 따로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이 주어진 하늘의 도리를 극진하게 하여 조금이라도 인욕에 가리어져 사도(邪道)로 비끼는 일이 없다면 마치 자식이 그 아버지를 닮듯, 그 사람은 바로 하늘을 잘 섬기는 사람으로서 천지의 덕에 닮은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성인은 천지 변화의 도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행하는 일마다 만물을 생생화육하는 천지의 도에 합하지 않는 것이 없고, 또 천지신명의 덕에 통하므로 그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모두가 천지의 마음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성인은 자식으로서 어버이의 영원한 사업을 본받아 밝히고 어버이의 그 거룩한 뜻을 길이 이어받으니, 이것이 곧 하늘이 준 형체 곧 천리를 즐거워하며 타고난 형체를 극진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천지의 마음은 바로 성() 그것으로 진실하여 조금도 거짓됨이 없거니와 밝고 어두움이 따로 없다. 그러므로 아무도 보지 않는 캄캄한 골방 속에 혼자 앉아 있어도 다만 한 생각이라도 부끄러운 생각이란 없으니, 이것을 일러 천지신명에 부끄러울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또 잠시라도 자기의 본심을 잃지 않도록 지키며 타고난 인의예지의 도덕성을 훌륭하게 키워 나가는 이것이야말로 하늘을 섬기는데 참말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의적(儀狄)이란 사람이 술을 만들었을 때 숭백(崇伯)의 아들 우()가 이 술을 마셔 보고 그 맛이 썩 달다며 이렇게 말했다. “후세에 반드시 술로써 나라를 망하게 할 사람이 있으리라!” 우가 맛 좋은 술을 싫다고 멀리한 것은 인욕을 막고 우리의 부모인 하늘을 바르게 섬기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곡(穎谷)의 국경을 지키는 관리 영고숙(穎考叔)이란 사람은 효심이 지극한 사람으로, 그 지극한 효심은 마침내 정()나라 장공(莊公)의 마음을 움직여 그로 하여금 효도를 다하게 하였다. 천하의 영재를 교육하는 데는 영고숙의 효심이 장공에게까지 미치듯, 그렇듯 순수한 효심을 차츰 널리 미치게 한다면, 세상에는 영고숙과 같은 효자가 얼마든지 나오게 될 것이다.

()은 또 어버이를 섬기는 도리를 극진하게 하여 몇 번이나 자기를 죽이려고 시도한 그 완악한 부모와 오만 불손한 아우의 마음을 감동시켜 기쁘게 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순의 지극한 효행의 결과이다.

()나라 태자 신생(申生)은 헌공의 아들로 헌공의 폐비 여희(驪姬)의 참소를 받아 죄 없이 죽음을 당하였다. 어떤 이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라고 하였지만, 신생은 내가 무죄를 밝힌다면 여희가 반드시 죄를 입게 된다. 임금은 여희가 아니면 침식이 편안치 않을 것이니 그것은 내가 원치 않는 일이다.”하며, 스스로 목매어 죽으니, 세상에서는 그를 일러 공세자(恭世子)라고 하였다. 어버이에 대한 공경하는 마음이 지극하였기 때문이다.

공자의 수제자 증자는 병이 위중하여 죽으려 할 때 여러 제자들을 불러놓고 말하였다. “이불을 제치고 내 손과 발을 살펴보아라! 부모님께 받은 온전한 이 몸 행여 조금이라도 다칠세라 무척 조심해왔다. ?시경?, ‘두려운 듯 조심조심 깊은 연못에나 이른 듯, 엷은 얼음을 밟듯 한다.’는 말과 같이! 내 이제야 마음을 놓겠구나!”라고 하였다.

참말로 부모님께 받은 흠 없는 몸과 본성의 선을 그대로 깨끗하게 흠 없이 잘 간직하였다가 흠 없이 돌아갔으니, 증자야말로 하늘의 뜻을 받들어 효도를 극진하게 하였다고 할 것이다.

또 자식으로서 부모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데 용감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곧 주()나라 선왕(宣王)의 신하 윤길보(尹吉甫)의 아들 백기(伯奇). 후처에 빠진 길보가 백기를 미워하여 가혹한 명령을 내렸지만 백기는 옷도 없고 신발도 없이 들판에서 서리를 밟고 수레를 끄는 등,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복종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백기 또한 주어진 천리의 본성을 극진하게 하여 하늘을 훌륭하게 섬긴 사람이다.

하늘이 우리 인간을 부유하고 귀하고 복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기쁘고 즐겁게 하며 보다 후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니,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부지런히 힘써 어버이의 참뜻을 잊지 아니하여야 한다. 반대로 하늘이 우리 인간을 가난하고 천하고 근심스럽고 슬프게 하여 우리의 인생을 괴롭고 아프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욱 뜻을 돈독하게 하여 옥을 갈고 닦듯, 하나의 인간을 훌륭하게 완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 하늘이 우리를 가난하고 슬프게 할수록 더욱 힘써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늘을 섬겨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때는 순종으로 섬겨 조금이라도 그 뜻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요, 돌아가셔서는 길이 그 영혼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 몸이 살아서는 천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늘을 섬기고, 죽어서는 편안하여 하늘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서명(西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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