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6

이효범 2023. 9. 16. 08:19

o 가을입니다. 시를 지어봅시다. 6

 

구녕 이효범

 

1-6. 이외에도 수많은 이유로 우리는 시를 씁니다. 고려 때 이규보가 지은 <동명왕편>이나 신동엽의 <금강> 같은 서사시는 민족을 위한 애국의 시입니다. 또 일본의 하이쿠처럼 짧은 시도 있고, 타고르의 <기딴쟈리>처럼 신께 드리는 송가도 있습니다. <기딴쟈리>60번째 송가는 이렇습니다.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머리 위엔 끝없이 넓은 하늘이 꿈쩍도 하지 않고, 바다는 쉼 없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여 떠들며 춤춥니다.// 아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조개껍질로 놀이를 합니다. 마른 잎으로는 작은 배를 만들어 생글거리며, 넓고 깊은 바다에 띄웁니다. 아이들은 온 세상의 바닷가에서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헤엄도 치지 않습니다. 그물을 던질 줄도 모릅니다. 진주 따는 어부는 진주를 찾아 바닷속을 누비고, 상인들은 배를 타고 항해를 하지만, 아이들은 작은 돌을 모아서는 또 흩트리곤 합니다. 아이들은 숨겨진 보배를 찾지도 않고, 그물을 던질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웃으며 큰 파도를 일으켜 바닷가의 미소는 파랗게 반짝입니다. 죽음을 가져오는 파도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노래하여 들려줍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요람에 잠재울 때와 같이-. 바다는 아이들과 같이 놀고 바닷가의 미소는 파랗게 반짝입니다.//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모르는 하늘에서 방황하고, 조각배들은 흔적도 없는 바닷속에 가라앉고, 죽음은 만연된다 해도 아이들은 놀고 있습니다. 끝없는 세상의 바닷가에는 아이들이 가득히 모여 있습니다.”

 

또 단테의 <신곡>이나, 독일의 <니벨룽겐의 노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도 있습니다. <예언자>에는 주옥같은 시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가 <결혼>에 관해 쓴 시를 봅시다. “그대들 부부는 함께 태어나 평생을 함께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함께 있는 순간에도 서로 거리를 두어, 천상의 바람이 둘 사이에서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사랑으로 옭아내지는 마십시오. 바다가 그대들 두 영혼의 해안 사이에서 물결치게 하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어느 한 잔으로만 마시지는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에 함께 떨려도, 저마다 떨어져 있는 것처럼 홀로 있도록 하십시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도 서로 떨어져 있고, 떡갈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렇게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장편소설처럼 큰 스케일로 웅장한 시를 써보는 것도, 인생에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의미 있는 시적 작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