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크라테스를 찾아서 3
구녕 이효범
또한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도 자신의 원하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간수들도 소크라테스에게 호의적이었다. 실제로 『크리톤』에서 친구 크리톤은 탈옥을 권유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거절한다. 법이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적용받고, 불리할 때는 피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게. 가령 이곳에서 도망갈 작정으로 있는 우리한테, 이 짓을 어떻게 일컫든지 간에, 법률과 시민 공동체가 다가와 막아서면서 우리에게 묻는다고 말일세. ‘소크라테스여, 말해다오. 그대는 무엇을 하려고 하나? 그대는 그대가 하려는 이 일로써 우리 법률과 온 나라를, 그대와 관련되는 한, 망쳐놓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혹시 그대가 생각하기엔 이런 나라가, 즉 나라에서 일단 내려진 판결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개인들에 의해 무효화되고 손상되었는데도, 그런 나라가 전복되지 않고서 여전히 존속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크리톤, 우리는 이 물음들이나 또는 이와 같은 부류의 다른 물음에 대해서 뭐라 대답할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평생 내가 아테네의 법률을 따랐고, 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혜택을 입었으며, 또 평생 아테네인들에게 선과 정의를 추구하라고 설득했는데, 내가 탈옥한다면 나는 나의 철학을 배반하는 것이다. 배심원들이 내린 사형선고가 비록 부당하다고 해도, 나는 그 판단에 묵묵히 복종하겠다며 소크라테스는 의연이 독배를 마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거부하고 태연하게 독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그야말로 죽음을 연습한 철학자다웠다. 친구들이 소크라테스를 에워싼 채 울고 있고, 아내 크산티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통곡을 해서 사람들이 그녀를 방으로 부축해간다. 사형집행인은 독약이 든 잔을 들고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의 한가운데서 “죽음의 순간에 선 소크라테스의 표정과 말은 대단히 품위 있었고, 두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내 눈에 그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지막에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게 묻는다. “알겠네, 소크라테스. 자네 자식이나 그 밖의 일들에 관해서 이 사람들이나 나에게 뭔가 일러줄 것은 없나? 뭐든 우리가 그걸 해서 자네를 가장 기쁘게 할 일 말일세.” 이에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유언을 한다. ‘너희들 자신을 잘 돌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은 그가 생전에 늘 강조했던 말이었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직업이나 정치적 지위를 가진 적도 없이 시장이나 광장에 나가 아테네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삶은 인간으로서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경고했다.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것이었다. 본래 이 말은 델피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말이다. 그곳에는 ‘무엇이나 지나치지 않게(meden agan)’란 경구도 같이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모든 사람들이 드나드는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본래 이 말은 ‘너는 신이 아니라 인간임을 즉 너는 신처럼 불사(不死)의 존재가 아니라 죽는 존재임을 자각하라’는 경고였을 것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이 말의 뜻을 바꿔놓았다. 자신의 영혼(이성)을 돌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까 하는 데에만 머리를 쓰고, 또 평판이나 지위에 대해서 마음을 쓰지” 말고, 사려나 진리에 대해서, 또 정신을 가장 훌륭하게 하는 데 생각하고 염려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 정의로운 사람, 아레테(덕, 탁월함, arete)를 잘 발휘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정의했다. 그것은 중국인들이 인간을 도덕적 존재로, 인도인들이 고통의 존재로, 유태인들이 죄의 존재로 파악한 것과는 다르다. 이성(영혼)은 진리를 인식할 수 있고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모든 인간에게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지만, 어떤 동물도 갖지 못하는 인간만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질인 이 이성을 잘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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