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여행기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1)

이효범 2022. 7. 21. 20:47

o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202278~ 719)

 

o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1)

 

구녕 이효범

 

강릉 경포대에는 달이 5개 뜬다. 하늘의 달, 바다의 달, 호수의 달, 술잔의 달,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달. 그렇듯이 알프스도 지상에 흔하다. 일본에도 있고 뉴질랜드에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영남알프스가 유명하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고헌산(1034m), 간월선(1069m), 재약산(1108m), 문복산(1014m)이라는 9개의 산군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이것 이외에 충북 사람들은 보은에 있는 구병산을 충북 알프스라고 부른다. 이에 뒤질세라 충남은 청양 칠갑산을 충남 알프스라고 자랑한다.

202278, 우리는 이제, 하늘에 진짜 달이 하나이듯이, 플라톤이 말하는 모든 모방된 알프스의 이 되는 하나의 알프스의 이데아를 보기 위해, 스위스와 프랑스에 위치한 진짜 알프스로 떠난다. 우리는 재문 단장을 중심으로 신환, 보균, 진택, 윤성, 종규, 영철, 봉현, 광선, 상구 그리고 효범이다. 이들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한강 이남의 최고 명문인 대전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들이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50년이니까 나이는 한 70이 되는 머리가 하얀 할배들이다. 그러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소설처럼 발칙한 도전을 서슴치 않는 철부지들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 지금까지 사회적 계급장으로 가렸던 가면을 떼어내고 아이들처럼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3번의 숙소가 바뀌기 때문에 그 때마다 뽑기로 파트너를 정하기로 했다. 나는 기도했다. 제발 나보다 늦게 자는 친구가 배정되어, 내가 먼저 골아 떨어져 마음 놓고 코골며 잘 수 있기를. 우리는 밤 9시 인천공항 1터미널 K에서 접선했다. 늦은 시각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이지 공항은 너무나 한가했다. 상가도 대부분 셔터가 닫혀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였다. 재문이가 아베의 피격 소식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길게 여행을 떠날 때는 이상하게도 일본 왕(천황)이 죽고, 김일성이 죽었다고 말했다. 나도 여행 중에 김일성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놀라서 집에 통 안하던 전화를 걸어 비상식품을 사놓으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어쨌든 아베의 죽음으로 한일관계가 원만하게 회복되기를 기대해본다.

2335분에 인천을 떠난 아랍에미레이트 항공기는 약 9시간 30분을 달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 공항과는 달리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북적거렸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나와 인원을 점검하는데 진택 친구가 안 보였다. 면 단위 시골에서 온 친구라 모두들 걱정했다. 전화도 안 되었다. 사색이 되어 있는데, 가이드까지 안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새 우리 친구는 가장 현명하게도 가이드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여, 꼬박 24시간 만에 첫 기항지 인터라켄 정착했다. 긴 하루였다. 엉덩이는 열이 나고 똥꼬는 막대처럼 긴장되었다. 그러나 취리히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오는 순간 모든 수고는 일시에 사라지고 기쁨만이 넘쳤다. 공기까지 달콤했다.

저녁 만찬은 우리가 묵는 메트로폴 호텔(Metropole Hotel) 스카이라운드에서 했다. 인터라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멀리 흰 눈에 쌓인 융프라우, 하늘에는 하얀 반달, 바로 머리 위에는 색색의 패러글라이딩, 여기가 천국이 아니면 그 어디가 천국이란 말인가? 우리는 모두 붉은 와인에 적당히 취했다. 내과의사는 차디찬 이성만 가진 줄 알았는데, 윤성은 기분이 넘치고 넘쳐, 본인이 2차를 사겠다고 우겼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내일도 있지 않은가? 인터라켄 시내를 부러움과 감탄으로 산보하고 9시경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심지를 뽑아 운 좋게도 종규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학교 졸업 후 골프장에서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밀한 만남은 없는 친구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다른 길을 살아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가슴이 떨렸다. 그런데 내가 먼저 샤워를 하고 신부처럼 우리 신랑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 참으로 애매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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