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답장 없는 편지' 30년째 부치는 부정

이효범 2022. 6. 8. 07:12

네가 이 세상을 떠나고 30년은 정말로 많이 변했다. KTX열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반이다. 그렇지만 너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 들수록 더해지고 네가 보고 싶다.”(20222).

경북 경산시에 사는 전태웅(72)씨는 30년째 매달 2~3통씩 답장이 오지 않는 편지를 쓴다. ‘받는 사람은 그의 아들인 고() 전새한 이병. 아들은 스무 살이 되던 1991년 군에 입대했지만, 6개월 만에 사고 순직했다. 이후 국가유공자가 돼 1992년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그 뒤로 전씨는 전새한 앞이라고 적은 편지를 대전현충원으로 부친다. 2012년 대전현충원에 호국영령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이 만들어진 뒤엔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그가 아들에게 쓴 편지는 30년간 900통인 넘는다.

전씨의 편지는 대부분 일상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20128월엔 밤비 내리는 계룡산 자락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곳은 비가 많이 내렸는데, 네가 있는 곳은 침수되지 않았는지?”라며 아들의 안부를 물었다. 20212월엔 코로나란 역병이 온 지구를 덮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곧 백신 접종을 한다니 기대해 보아야겠다고 썼다. 편지를 쓸 때마다 옷장에 걸어놓은 아들의 보이스카우트단복과 군복을 만져보는 전씨를 보며, 가족들은 이제 편지 그만 쓰고 아들을 잊으라고 했지만, 전씨는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편지를 쓴다고 했다. 생전 아들이 비싼 옷, 유명 브랜드의 신발을 사 달라고 할 때마다 그는 화려하기보단 실속 있게 살아라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편지지만큼은 가장 화려하고 좋은 것을 고른다고 한다. 형형색색의 꽃이나, 과일, 동물 등 다양한 그림이 가득 그려진 종이에 직접 편지를 쓴다고 한다.

호국보훈의 달6월이 되면 마음이 더 아려온다는 그는 잘해준 것 없는 아버지지만 훗날 저승으로 갔을 때 새한이가 내 손을 꼭 잡아주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빈다고 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전씨의 편지를 볼 때마다 현충원에 계신 분들이 순국선열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강다은, ‘답장 없는 편지’ 30년째 부치는 父情 , 202267일 조선일보)

'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사람  (0) 2022.06.10
인생에서 배운 45가지의 교훈  (0) 2022.06.09
마지막 여행  (0) 2022.06.05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  (0) 2022.06.04
노화를 거스리는 심리학  (0)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