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렌 랭어 교수는 ‘시간 되돌리기 실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간 되돌리기 실험은 7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의 노인들을 뉴햄프셔 지역의 조용한 시골집에 초대해서 일주일 동안 지내도록 하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생활하도록 한 실험이다. 이 연구는 1979년에 진행했고, 그 집은 모든 것이 20년 전인 1959년으로 꾸며져 있었다. 흑백 TV와 옛날 스타일 라디오가 있었고 그 집의 모든 것, 책장에 있는 책이나 테이블에 놓인 잡지들도 1959년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 연구에 참여한 노인들은 미국이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뉴스를 보며 열띤 토론을 했고 20년 전 영화를 같이 보았다.
실험애 참여한 노인들은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월의 흔적은 분명했다.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가지고 온 옷 가방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상황에 당황해 하며 짐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 실행한 시력, 청력, 피부 감각, 손 그립 강도, 기억 등 검사 결과 노쇠한 노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시골집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간 것처럼 일주일 동안 생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연구진은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다시 실시한 인지 신체 기능 검사에서 일주일 전에 비해 훨씬 젊어진 것을 지수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손 그립 강도 등과 같은 신체적 기능은 물론이고, 시력이 더 좋아지고 자세도 꼿꼿해졌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그들은 이전에 비해 젊어져 있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마음을 젊게 먹으면 신체도 젊어진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마음가짐은 다각도로 신체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긍정적인 정서다. 시간 되돌리기 실험을 위해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친구들은 만난 것은 이 노인들에게는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을 터다. 이런 경험으로 느낀 긍정적 정서는 신체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정서, 특히 외로움은 신체적 건강과 뇌의 기능에도 결정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 외로움은 빈곤, 영양 결핍, 흡연보다도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고 사망률을 예측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질적인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유사하게 건강에 치명적이다.
프래밍엄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프래밍엄이라는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1947년부터 1972년까지 20여 년간 5,000명 이상을 추적한 연구다. 미국 질병관리청과 하버드 대학교가 공동 진행한 연구로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찾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고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흡연이 심장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첫 번째 연구 중 하나인데, 이 연구에서 발견된 또 다른 하나가 건강에 중요한 여러 요인이 사회적으로 전염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어떠냐에 따라서 흡연, 식생활, 정신건강,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외로움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사회적 집단에 속해 있는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긍정적 정서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뇌의 건강에도 연결되어 있는데 긍정적 정서는 주변 환경에서 전염된다. 쉽게 나이 들고 싶지 않다면 나의 사회적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성공이나 인맥에 도움이 될 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좋은 정서를 주변에 전염시키는 친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물학적 나이는 분명히 있다. 55세 이상 성인의 90%가 안경을 쓰고 65세 이상 성인 중 3분의 1이 청력 감퇴를 경험한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일차적 노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질병과 관계없는 자연적인 노화의 결과다. 신체적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운동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운동 효과는 분명하다.
한 예로, 여성 객실 청소원들에게 그들의 업무가 헬스 클럽에서 하는 것처럼 훌륭한 운동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을 때, 그들은 체중이 줄고, 체지방이 떨어졌으며 혈압도 더 낮아진다는 등 더 건강해졌다. 신체 활동이 늘어난 것이 아닌데 생각의 변화가 건강한 신체를 만든 것이다. 전통적인 의학 모델은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신체의 건강 상태가 바뀔 수 없다고 보지만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부인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가짐은 생리적 기능과 연결되어 있고 질명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불면증을 불러올 수도 있고 소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위약(플라세보 placebo) 효과’도 마음가짐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 가짜 약인데도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는 시력이 좋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는 비행기 조종사가 제복을 입고 시력검사를 받을 때 시력이 더 좋게 나온다.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할 때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전에 인지과학계에서 정신적 활동, 특히 인지 속도가 20대 이후부터 계속 느려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에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뇌 활동이 60세 이전에는 느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나이가 들면 느려지는 것은 운동 반응 속도와 의사 결정 방식이다. 운동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인지 기능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빨리빨리 반응하지 않으면 쇠퇴한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인지 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실험실에서 빨리 대답하는 시험을 위주로 인지 과정을 측정해온 문제도 있다. 의사 결정 방식도 변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신중함은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서 흔히 하는 인지 검사에서 연령별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일반화된 쇠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속도의 모습으로 노화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활동적인 신체와 뇌를 유지하면서 나이 들 수 있을까? 그 차이는 한 가지 요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전, 행동, 환경, 그리고 행운도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행운을 만드는 것은 마음가짐이고 가장 중요한 환경은 주변에 있는 사람이다. 건강한 신체와 젊은 뇌를 만들기 위한 비결은 활발하고 즐거운 활동, 긍정적인 가치관과 태도, 그리고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소원, 노화를 거스르는 심리학, 미래에셋세이지클럽 매거진, 2022 2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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