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10-5. 잠재력의 실현

이효범 2022. 1. 28. 08:03

10-5. 잠재력의 실현

 

우리는 매슬로우가 말하는 자아 성취로 모든 인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모순, 걱정, 좌절, 슬픔, 죄의식 등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동향은 이 세계에 생존하는 인간에게 근원적이며, 실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비록 신경쇠약증에는 걸려있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원적인 양심에 의한 정신적인 죄악감(그것은 필요하지도, 소망스럽지도 못한 것이지만)의해서라기보다는 사실상의 죄 때문에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그가 비록 성장의 문제를 극복했다 할지라도, 아직도 그에게는 존재의 문제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문제가 있어야 할 때에 문제가 없는 것도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때때로 잘난 체하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매슬로우에 따르면 자아실현의 스타일이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여성적인 양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남성적인 양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의 자아가 실현되기 전에, 사람은 우선 건강한 여성적 특징이거나 남성적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체질적으로 다른 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아를 실현시켜야 한다.

건강한 자아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일은 소년 시절이나 또는 그가 약할 때 강하고 힘센 어른을 모방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테크닉을 버리는 일이다. 그는 그러한 과거의 테크닉을 강하고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테크닉과 교체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을 온통 자기만이 독차지하려는 소녀적인 욕심을 버리고 남을 사랑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부모의 욕심보다는 자신의 욕구나 희망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습득해야 하며, 아울러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부모의 힘을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귀여움을 받기 위하거나, 두려움 때문에서가 아니라 그가 진정 원해서 착한 일을 해야 한다. 행위의 지침을 부모님으로 삼지 말고, 스스로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약자가 강자에게 순응하기 위하여 쓰는 이 모든 테크닉은 아이들에게는 필요하지만 성인에게는 방해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 사회나 문화는 성장을 촉진시키거나 성장을 저해시킨다. 인간의 성장이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천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내면세계에 있는 것이지, 사회가 그것을 창출해 내지는 않는다. 사회는 인간의 성장이나 발달을 마치 정원사가 장미 덤불을 자라게 도와주거나 또는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 돕거나 방해한다. 그러나 그것이 장미가 아니라 참나무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결정은 내릴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는 문화, 즉 언어나 추상적 사고, 사랑하는 기술 등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이고 내면적 요소들은 문화 이전에 인간의 혈액 속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문화적 상대성을 초월하고 비교사회학을 가능하게 한다.

훌륭한 문화는 인간의 모든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아울러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의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교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 교육이 자아실현을 촉진시키는 정도에 따라서 그것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우리가 문화의 고급과 저급을 따지고, 그것을 어떤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취급하면, 적응이라는 개념이 문제가 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문화에 적응하는 사람이 가장 잘 적응한 사람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해서 적응이 반드시 정신적 건강과 일치하는 동의어는 아닌 것이다.

자아의 실현은 역설적으로 자아나 자아의식의 극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자아의 실현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전체의 한 부분으로 보게끔 한다. 완전한 일치의 조건은 완전한 자치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즉 성공적인 일체감의 경험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등등을 통해서만 자치를 성취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일체감의 정도, 즉 저급의 일체감(두려움, 허약함, 퇴행성)과 고급의 일체감(용기, 자신에 찬 자주성)을 구별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목표 지향적이고, 능동적이며, 무언가 열심히 추구하는 행위는 정신세계와 비정신적 세계 사이의 필요한 작용에 의하여 파생되는 부산물이다. D-욕구의 충족은 사람의 내부에서가 아니고 외부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 세계에의 적응이 필요하게 된다. 즉 사실을 측정하는 것, 이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이 세계와 내적인 정신세계를 구별하는 것,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욕망을 잠시 유보하는 것, 위험할 듯싶은 것은 감추는 것을 배우는 것,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방법이나 그 적법한 길을 배우는 것 등이다.

그리고 세계는 그 자체가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매혹적인 것이다. 그것을 탐구하고 조절하며 사색하고 즐기는 것은, 지적인 욕구의 충족이건, 미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건 모두 동기가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위도 있다. 자연에 대한 순수한 느낌의 표현은 무엇을 추구하려는 상태라기보다는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다. 내적인 생을 즐기고 안심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행위일 뿐 아니라 이 세상의 행위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는 프로이트로부터 과거가 현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매슬로우의 자아실현 이론에서 배운 것은 미래가 현재 속에 인간의 희망이나 목표, 가능성, 운명 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생은 구체적인 것, 허망한 것, 절망적인 세계로 전락한다. 그에게 시간은 끊임없이 채워져야 하는 것이다. 모든 행위의 조정자인 추구(striving)’는 그것이 상실되었을 때, 그 사람을 비조직적이고 통일된 의지를 상실하게 한다.

우리가 인생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볼 때 우리는 매 순간마다 전진 아니면 퇴보를 선택하게 된다. 공포보다는 성장을 선택하는 것이 자아실현을 향하게 한다. 정직하고 자기의 반응에 책임을 지는 것은 자아를 실현시키는 길이다. 매슬로우가 말하는 자아실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한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계속적인 과정이다.

 

더 읽을거리

 

에이브러햄 H. 머슬로우, 이혜성역, ?존재의 심리학?, 이대출판부, 1985.

박아청, ?자아실현의 심리?, 교육과학사, 1984.

Duane Schultz, 정종진 역, ?건강한 성격의 소유자란?, 그루, 1989.

Viktor E. Frankl, 김재현 역, ?인간이란 무엇인가?, 서문당,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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