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가 소년이었을 때 아버지의 병세가 몹시 위중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김구는 정성껏 약을 달이며 간호했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더구나 그의 집은 워낙 궁벽한 산촌에 있었고, 살림도 가난했기 때문에 의원을 부르거나 좋은 약을 쓸 처지가 못 되었다. 그 때 김구는 문득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드시게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다! 단지(斷指)를 하여 피를 드리면 소생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김구는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손가락을 자르면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어머니의 눈에 띄지 않도록 허벅지 살을 베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그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때를 틈타 왼쪽 허벅지에서 한 점의 살을 베어냈다. 아찔한 아픔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붉은 피가 사기그릇에 쏟아졌다. 그는 그릇에 담은 피를 아버지의 입에 흘려 넣어드리고 살은 불에 구워 잡수시게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세는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김구는 자신이 드린 피와 살의 양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좀더 많은 살을 베어내자!”
김구는 다시 이를 악물고 칼을 잡았다. 살을 떼어낼 때의 아픔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겁이 났다. 지난번보다 수백 배의 용기를 내어 살을 베기는 했지만 살을 떼어내자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그래서 허벅지의 살을 베기만 했을 뿐 그것을 떼어내지는 못했다. 그는 피가 흐르는 허벅지를 보면서 이렇게 탄식했다.
“아아, 손가락을 자르거나 허벅지 살을 베어내야 진정한 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불효자가 어찌 효자가 되겠는가?”
김구는 청년이 되었을 때 일본 중위 쓰치다를 살해했다가 해주에서 체포되었다. 그가 나진포에서 인천으로 이송된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김구를 따라나섰다. 달빛도 없는 캄캄한 밤이었다. 배가 강화도를 지날 때쯤 호송하던 순검들은 더운 날씨에 지쳐 금세 곯아떨어졌다. 순검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어머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김구에게 말했다.
“애야, 이제 잡혀가면 너는 왜놈의 손에 죽을 터이니 차라리 이 맑은 바닷물로 함께 뛰어들자꾸나. 그러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우리 모자가 함께 다닐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말한 다음 어머니는 김구의 몸을 이끌고 뱃전으로 향했다. 김구는 너무나 황공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제가 잡혀가면 죽을 줄 아십니까? 결코 안 죽습니다. 제가 나라를 위하여 하늘에 사무친 정성으로 한 일이니 하늘이 도우실 것입니다. 분명히 저는 안 죽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함께 바다에 빠져죽자고 김구의 손을 이끌었다. 김구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니, 저는 분명히 안 죽습니다.”
김구의 표정을 본 어머니는 그제야 죽을 결심을 거두고 아들에게 말했다.
“나는 네 아버지하고 약속했다. 만일 네가 죽는다면 우리도 함께 죽자고 말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 다음 하늘을 우러러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여전히 천지는 캄캄하고 멀리서 물결소리만 아득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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