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