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지극하면 물 위에 풀이 난다. <한국 속담>
중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한국의 가족은 엄격히 부계중심적이다. 일본에서는 종종 딸이 상속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일본의 ‘이에(家)’ 즉 가정에서는 아버지나 장자 혹은 다른 유사한 역할을 꼭 혈연적인 친척이 담당하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의 무코요시(양자; 養子), 즉 혈연관계가 없는 양자를 들이는 경우가 없다. 양자는 친족집단에서 나와야 하며 거의 대부분이 아버지 형제의 아들을 양자로 들였다.
일본에서는 장자상속의 관습으로 인해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부의 집중이 수월했으며, 또한 가족의 농토와 가업을 떠나 외부에서 생업을 구해야 하는 어린 동생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국의 상속관습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르지만 경제적인 효과에서는 중국 쪽에 가깝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처럼 아들 상속자들 사이에 공평하게 분배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장자는 다른 아들에 비해 두 배를 받았으며, 어떤 경우에도 전체의 절반 이하를 받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실제 상속분은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었다. 즉 가족의 재산이 너무 적어서 나누는 것이 비경제적일 경우에 차남 등은 단지 명복뿐인 상속만 받는다. 그렇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부자일 때는 상속 요구자가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2~3대가 지나면 재산이 소산(消散)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가족 규모는 중국에 비해 작다. 한국에는 같은 집이나 한울타리 안에 장성한 아들과 가족들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 많지 않다. 장남이 아닐 경우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상속분을 가지고 집을 떠나 새살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일본과는 달리 아버지가 은퇴할 때 가장의 자리가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한 후에야 승계가 이루어진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한층 더 엄격한 유교사회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데, 이 점은 지리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가깝고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떤 사람은 한국이 중국보다도 더 유교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유교적 영향은 서기 7세기의 ‘타이카Taika'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중요성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엷어진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1392~1910)에 유교가 국가이념으로 채택된 반면에 불교는 공식적으로 억압되고 승려들은 산 속으로 내몰렸다. 한국인들의 종교생활은 20세기의 신교의 강한 영향을 받은 것 말고는 일본에 비해 별로 활발하거나 다양하지 못했다. 이는 일본에 비해 한국에 불교 사찰이나 수도원의 수가 훨씬 적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유교의 덕목으로 중국에서는 충성이 강조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효도가 강조된다. 이것은 전통 한국 사회에서 일차적인 충성의 대상이 정치적 권위자가 아니라 가족임을 의미한다. 중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가족주의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한층 개인주의적으로 보이게끔 하는데, 그 개인주의는 진정한 개인주의가 아니라 가족 혹은 가문들끼리의 경쟁일 뿐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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