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에 관한 좋은 문장들

동거계사

이효범 2020. 8. 31. 07:56

동생(同生) , 형제가 부모의 몸에서 나누어 낳았으니 한 몸이나 다르지 아니하니 서로 사랑하여 조금도 내 것, 남의 것 하는 마음 없으며 진실로 사랑하여 살지어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구족(九族)이 동거하였는데, 하물며 우리는 부모님 일찍 여의었고 맏형도 일찍 돌아가셨으니 우리 살아 있는 이가 서로 사랑하여 한 세간에 살며 서로 떠나지 말지어다. 서로 떠나서 살게 되면 인생이 사는 보람이 아니므로 동거를 계획하노니, 비록 고향을 떠나 이리로 왔어도 일가가 화동(和同)하여 즐거이 지내면 우연한 일이겠는가.

마음 가질 일을 잠깐 기록하여 초하루마다 모두 듣게 하는 것이다. 부모께 효도하기는 행실류의 으뜸이로되 안 계신 부모는 효도할 길이 없으니 정성으로 하여 아무 것도 없어도 제사에 쓸 일을 헤아려 헛되게 쓰지 않고, 제사할 마음을 가장 정성 되게 먹고, 마음을 극진하게 가져 아무쪼록 신령이 흠양하시게 할 것이다.

어버이를 봉양하는 젊은 사람은 어버이 향한 마음을 옛 성인이 가르친 바대로 하여야 아무쪼록 효도를 이룰지니라. 일가 맏아주머니는 동생류의 맏이고 제사 받드는 사람이시니 일가의 으뜸이다. 아랫사람이 각별히 공경하여 어머니처럼 대접하는 것이 옳다.

기뻐할 일이나 싫어할 일이 있을 경우에도 치우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니 되니, 항상 모름지기 얼굴빛을 온화이 하고 말씀을 부드럽게 하여 서로 가르칠지어다. 타이르거나 나무랄 일이 있으면 절대로 성내는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고, 밖에서는 결코 헐뜯거나 이러쿵저러쿵 말며, 참소하는 말은 믿지 말아야 한다. 혹시 이간질하는 말을 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노복이면 매를 때려 경계시키고, 첩일 경우에는 엄하게 주의시켜라.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내어보내라.

일가의 사람이 동거함에 있어서는 각각 사사로운 세간이 아주 없을 것이니 부디 사사로이 쓸 때가 있으면 사제를 둘지라도 집안을 주관하는 사람이 나누는 양으로 하고, 은밀하게 갖고자 하는 마음은 일체 없어야 하고 겨우 쓸 만큼만 가져갈 뿐이며 장구한 계획을 도모함이 옳다.

아내와 첩 사이에 첩은 공손하기를 정성으로 지극히 하고 아내는 어여삐 여기기를 진실로 틈이 없이 하여 다만 각각 지아비의 마음을 어기지 말기를 정성으로 하면 어찌 그른 일이 있겠는가. 일가의 사람이 앉아서 일하다가도 내 윗사람이 오시게 되면 일어설 것이니 항상 조심하여 매사를 공손하게 벗 삼을 지니라.

일가의 모든 사람이 삼촌은 어버이의 예로 하고, 사촌은 친형제의 예로 하여 서로 사랑하며 한 몸같이 하여 대저 모두 몸가짐을 공손히 하며, 말씀은 온화하고 기쁘게 하며, 낯빛은 평화롭게 꾸짖지 말고 부드러운 말로 가르쳐 듣지 아니하거든 가장에게 고하여 그르다고 할 것이요, 젊은 사람이 내 종이라고 손 가벼이 때리지 말고 가장께 말씀드려야 한다.

일가의 사람이 다 화동(和同)하여 마음이 화평하면 집안이 어질고 길한 일이 생기고, 서로 치우쳐서 거슬러지고 사나운 일이 있으면 사나운 일이 나니 그 아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우리가 진실로 모여서 어버이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어버이에게 효도하며 지아비는 아내를 중하게 여기고, 아내는 지아비를 공경하며 형은 아우를 사랑하고 아우는 형을 공경하며, 아내는 첩을 불쌍하게 여기고 첩은 본처를 공경하며,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정성으로 예대로 대접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진실로 사랑하며 미치지 못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조용히 가르치고 서로 치우치지 말라. 어진 일은 다투어서 하고 섭섭한 일은 서로 참으며 주인은 종을 불쌍히 여기고 종은 주인을 사랑하여 불평한 말씀이 없으며 불평한 얼굴빛을 하지 말며, 집안이 그릇 씻은 듯하며 어질고 귀한 기운이 일가에 모여 매양 좋은 일이 있게 되리니 이 아니 즐거운가. 모두 이 뜻을 알아 각각 힘쓸지어다. <이이, 동거계사(同居誡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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