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시

잠언시(3, 직지)

이효범 2024. 8. 21. 06:45

o 잠언시(3, 직지)

 

o 직지(直指)

 

구녕 이효범

 

달을 보려거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먼 허공을 보아라.

손가락은 길고 어둡지만

달은 둥글고 환하다.

물맛을 알려거든

남의 글만 읽지 말고

바가지에 물을 떠서 마셔보아라.

글은 평면적이고 딱딱하지만

물은 멈추지 않고 생생하다.

나무를 지탱하는 것이 땅속의 뿌리이듯이

존재는 보이지 않는 근거에 세워져 있다.

보이는 세계의 거센 물살에 빠져

노예처럼 허우적거리며 살지 말아라.

발밑의 보이지 않는 근거를 보아라.

근거 없는 근거가

우리를 들어 올리고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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