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봄
구녕 이효범
봄은
문을 열고 나와
보라고 봄이다.
그래, 걸어 나와야 봄이다.
몸도 나오고 영혼도 따라 나와야 봄이다.
산 속에서 물도 나오고, 언 땅에서 새싹도 나오고,
고목에서 잎도 나오고, 뱀도, 벌도, 나비도 나와
화엄을 이루는 세상
그런 찬란을 보라고 봄이다.
햇살 위에 햇살이 겹치고
파도 위에 파도가 덮치듯이
영혼 위에 영혼이 넘쳐
새롭게 보라고 봄이다.
바닥없는 바닥에서
어둠 없는 어둠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만들고 있는
저, 성스런 선한 손길을 보아라.
아주 먼 길을 숨차게 달려온 생명들은
환희로 자신의 존재를 노래한다.
그러나 그 노래는 고등어 등처럼 비릿하다.
그러나 그 노래는 거미줄에 걸린 이슬처럼 아슬하다.
비릿하고 아슬한 노래만이 이 땅의 진리이다.
그런 진리를 보라고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