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있는 풍경(시집)
훌라후프
이효범
2020. 6. 25. 21:09
o 훌라후프
구녕 이효범
딸과 함께 훌라후프를 하네
같이 배웠지만 아이는 저만치 앞서 가고
나는 늘 제자리 걸음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처럼
가느다란 허리에 후프가 돌고
아이는 하늘로 올라가고 있어
남태평양 꽃을 머리에 꽂아 주고 싶네
내 허리는 너무 굳었어
힘없이 떨어지는 후프와 함께
아빠 권위도 실추
못하는 게 없다는 아빠에게
후프는 너무 어려워
아내는 옆에서 깔깔 웃기만 하고
나는 땀만 뻘뻘 흘려도
후프는 재미있어
딸과 함께 하는 후프는 참 재미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