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2. 12. 24. 07:24

(4) 혜능을 찾아서2

 

구녕 이효범

 

혜능은 남해 신흥 사람이다. 속성은 노()씨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땔나무를 팔아 홀로 계신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어느 날 여관까지 나무를 날라주고 문밖으로 나오다가 누군가가 금강경읽는 소리를 들었다. “마땅히 머묾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는 대목에서 마음이 열려 깨달았다.

 

이것으로 혜능이 확연대오 했는지 아니면 초기 견성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서산대사 휴정(休靜)도 출가하기 전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다. “홀연 들려온 소쩍새 소리에 창밖을 보니, 봄 빛 물든 온 산이 모두 고향이고, 물 길어 오는 길에 문득 머리 돌리니, 수많은 청산이 흰 구름 속에 솟았네.(忽聞杜宇啼窓外 滿眼春山盡故鄕 汲水歸來忽回首 靑山無數白雲中)” 그 후 그는 한낮에 닭 우는 소리를 듣고 확연대오하여 두 수의 시를 지었다. “머리는 세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옛사람은 이미 말했네. 오늘 닭 우는 소리를 들으니 대장부 할 일 마쳤네.(髮白非心白 古人曾漏洩 今廳一聲鷄 丈夫能事畢)” “홀연 제 집을 발견하니 온갖 것이 모두 이것이어라. 천언 만언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였어라.(忽得自家底 頭頭只此爾 萬千金寶藏 元是一空紙)

 

혜능은 출가를 결심했다. 호북 황매산에 있는 5조 홍인(弘忍)을 찾아갔다. 홍인이 물었다. “그대는 어느 지방 사람이고, 무슨 물건을 구하려 하는가?” 혜능이 대답했다. “제자는 영남 신주의 백성입니다. 먼 곳에서 와 스님께 절을 올리는 것은, 오직 부처되기를 바랄 뿐이고, 다른 물건을 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홍인이 속으로 놀랬다. 짐짓 모른 체 기량을 떠보았다. “그대가 영남 사람이라면 오랑캐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혜능은 기가 막혔다. “사람에게는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있지만, 불성(佛性)에는 본래 남쪽과 북쪽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과 스님의 몸이 같지 않지만, 불성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대중이 주위에 몰려오자 홍인은 말을 멈추고 혜능하게 헛일이나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혜능은 대들었다. “저의 마음은 늘 지혜를 내어 자성(自性)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복전(福田)입니다. 스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라고 시키십니까?” 오조는 앞으로 선을 크게 부흥시킬 혜능을 보호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오랑캐는 근성이 매우 날카롭구나! 너는 더 이상 말하지 말고, 헛간으로 가거라.”

 

혜능은 뒤뜰 방앗간에 가서 묵묵히 방아를 찧으며 8개월을 보냈다. 어느 날 홍인이 모든 문인을 불러 지시했다. “()를 하나 지어 내게 보여라. 만약 큰 뜻을 깨달았다면, 그에게 옷과 법을 주어, 6대 조사를 물려 줄 것이다.” 그 때 모든 스님들은 자기들의 강사인 신수(神秀)가 당연히 법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수는 생각이 깊고, 포용력이 크며, 건실하고, 겸손한 스님이었다. 그는 스승의 분부대로 게를 지었으나, 끝내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고, 스승이 다니는 벽에 써 붙였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다. 늘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먼지가 붙지 않도록 하라.(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朝朝勤拂拭, 莫使惹塵矣)” 홍인은 신수를 한밤에 불렀다. “너는 아직 본성을 보지 못했다. 다만 문밖에 이르렀을 뿐. 이와 같은 견해로써 위없는 깨달음을 찾는다면 분명코 얻을 수 없다. 위없는 깨달음을 얻으려면 모름지기 말을 듣고서,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알고, 자기의 본성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신수가 단계적으로 점차 깨달음이라는 점오(漸悟)’를 주장했다고 생각한다. 불교를 설명하는 간결한 글로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가 있다. 칠불통계란 석가모니 부처를 포함하여 과거 일곱 부처님이 공통적으로 한 훈계를 말한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뭇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지극히 평범한 가르침 같지만 여기에 나온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구절은 불교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깨끗한 마음이 청정심(淸淨心)이다. 중생은 무명과 갈애 그리고 탐진치(貪瞋癡) 같은 삼독이 가득차서 오염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법의 실상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수행을 통해 청정심을 갖게 되면, 우리 마음은 명경지수와 같아서 사물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금강경32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나오는 말과 같이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홍인은 이런 점진적인 수행을 거절했다. 그는 신수에게 매몰차게 말했다. “자기의 본래 마음과 본성은 생겨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 속에서 순간순간 스스로 드러나, 삼라만상에 가로막힘이 없다. 하나가 참되면 모든 것이 참되다. 온갖 경계가 스스로 여여(如如)하고, 여여한 마음이 곧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