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2. 12. 23. 07:49

(4) 혜능을 찾아서1

 

구녕 이효범

 

혜능(慧能, 638~713)은 선종(禪宗)6대 조사(祖師)이다.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의 종지는 보통 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으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중국 선종의 실질적인 창시자는 6조 혜능이라고 볼 수 있다.

 

형식적으로 선종의 창시자로 알려진 달마(達磨, Bodhidharma, 보리달마)는 인도 스님으로 527년 중국 남방에 도착하여, 양나라 무제를 만났다. 황제는 자기가 불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공덕이 많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달마는 그런 것은 공덕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직 불교를 전파할 때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보고, 하남성 숭산에 있는 소림사(小林寺)에 들어가, 벽만 바라보고 좌선을 했다. 그런 달마에게 혜가(慧可) 스님이 찾아왔다. 면벽만 하고 있던 달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혜가는 추위에 떨면서도 구도의 일념으로 꼼짝하지 않았다. 아침에 문을 열고 달마가 말했다. “너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는가?” “법의 가르침을 받으러 왔습니다.” 혜가가 대답했다. 달마는 너의 믿음을 바치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혜가는 지체 없이 예리한 칼을 뽑아 왼팔을 잘라버렸다. 이것이 유명한 혜가단비(慧可斷臂)’의 일화이다.

 

혜가는 달마에게 마음이 불안하니 안정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달마가 말했다. “너의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너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겠다.” 혜가는 당황했다.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달마가 답했다. “되었다. 이제 내가 네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이 말에 혜가가 깨달았다.

 

때가 되어 달마는 제자들에게 각자 깨달은 경지를 말해보라고 하였다. 먼저 도부(道副)가 말했다. “저의 소견으로는 우리는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렇다고 문자를 버리지도 말아, 다만 문자를 일종의 구도하는 도구로서만 이용해야 합니다.” 이에 달마는 평했다. “너는 겨우 나의 껍질만 얻었구나.” 다음에 총지(聰持)가 말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아난타가 아크쇼비아(석가여래 이전의 부처)의 불국토를 본 것과 같습니다. 한번 보고는 다시는 못 보았습니다.” 달마가 평했다. “너는 나의 살을 얻었다이번에는 도육(道育)이 나섰다.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는 본래 공한 것이며,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오온은 모두 실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선 자리에서 보면 불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달마가 평했다. “너는 겨우 나의 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가 나와 절을 하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달마는 평했다. “너는 나의 진수를 얻었다.” 그리하여 혜가는 달마로부터 전등(傳燈)을 이어받았다. 이것이 최초의 전등이었다.

 

이런 전등이 혜능까지 왔다. 그러나 혜능이 5조 홍인으로부터 전등을 이어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구구절절한 사연이 혜능의 어록인 육조단경(六祖壇經)에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경은 본래 육조법보단경인데, 줄여서 법보단경(法寶壇經)혹은 단경이라고도 부른다. 사실 겅()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을 가리키므로, 조사의 어록은 엄밀하게는 경일 수 없다. 그러나 이 조사어록은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 경처럼 존경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