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소크라테스를 찾아서5

이효범 2022. 12. 9. 07:12

(1) 소크라테스를 찾아서 5

 

구녕 이효범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었을까?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롭고 죽음 앞에서도 담대했던 그의 인격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우리는 그 확실한 과정을 모른다. 그의 친구 카이레폰이 델피의 신전을 방문하여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는 신탁의 내용이 사실인가를 물었다는 기록은변명에 나와 있다. 여사제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소크라테스가, 신탁의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수많은 현명하다는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는 일화도 나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현자들은 결코 진정으로 현명하지도 않으면서도 스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체 했지만, 소크라테스만은 모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 그는 죽음 이후의 내세(來世)의 일에 관해서도, 어떤 적절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무지를 고백했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지적으로 뛰어났다. 그의 제자 플라톤의 쓴 모든 글에서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소피스트들과 논쟁하면서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이런 지혜를 그는 어떻게 획득했을까?

 

소크라테스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삶은 인간으로서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늘 자신의 삶을 음미하고, 반성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가장 적절하며 중요한 활동은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평생 동안 공무(公務)에 종사하지 않았다. 공무에 종사하면 정의를 지키면서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정의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에 대해서나, 아무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자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다른 소피스트들과는 다르게 돈을 받지 않았다. 비록 가난하고, 이런 행동 때문에 아내 크산티페한테 모질게 시달렸지만 한 치도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 결의와 의연함이 소크라테스를 소크라테스답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소크라테스는 어렸을 때부터 다이몬(daimon, demon, daimonion)의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 음성은 소크라테스가 무엇을 할 때, 그 일이 옳지 못할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만류했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라고 재촉하지는 않았다. 그 음성은 소크라테스에게 나라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 음성은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변론하는 날은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집을 나올 때나, 여기 와서 법정에 들어서려 할 때나, 또 변명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말하려 할 때나, 그 신의 신호는 저에게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경우는 말하는 도중에 저더러 말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사건에서는 행위에 대해서나 말에 대해서 저에게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에게 불쑥불쑥 찾아오고, 또 소크라테스가 늘 경청했던 다이몬은 신비한 존재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 내면에서 나오는 양심의 소리라고 설명하는데, 나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맹자가 말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나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가 경험한 한울님과는 다르다. 도덕적 양심이나 프로이트가 말하는 초자아도 물론 아니다. 그리고 모세에게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내라고 명령하신 여호와 하나님도 아니며, 예수가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할 때 예수를 유혹한 사탄도 아니다. 그렇다고 칸트가 말하는 선의지(善意志)나 우리 무당들에게 내리는 신내림 현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소크라테스가 만난 다이몬의 정체를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소크라테스는 자기를 지탱하는 이런 신비한 힘과 늘 조우했기 때문에, 일상적인 평범한 삶을 초월하여, 현자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