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부부관계에 대해서6

이효범 2022. 11. 8. 07:10

o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부부관계에 대해서6)

 

구녕 이효범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낮추어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을 알려고 하는데 큰 장애가 된다. 자기 자신을 낮추어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도 자기를 낮추어 볼까봐 두려운 생각을 갖게 된다. 이렇게 자기존경심이 부족하면 자기 자신에 대하여 많이 의식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가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방어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꾸 이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꾸민다. 자기 자신을 낮추어보는 사람은 지나치게 일하거나, 물질적인 것을 모으거나, 출세하여 이를 보상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그렇게 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나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면 이는 우리 자신의 유일함과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가 가정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으면 자기 자신이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배우자가 못마땅하다고 화를 못 참고 비판만 하면 상대방은 그들 자신을 덜 사랑하게 되고,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을 덜 사랑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화살은 나에게 되돌아 와서 자신을 보다 낮은 곳으로 몰아넣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을 하면 부정적인 상태에서 상대방을 해방시켜 준다. 우리는 또한 다른 사람의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있을수록 내 자신에 대한 걱정이 적어지고, 내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사랑이 칭찬으로 표현될 때 실제로 사랑은 점점 커진다.

 

대화를 어렵게 하는 한 가지 이유는 과거에 받은 상처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받은 작은 상처들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쌓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처는 사람들 사이에 장벽을 만든다. 상처 때문에 우리는 자유로이 말하기를 두려워한다. 부부가 살다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서로 상처를 준다. 우리는 상처를 받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완전히 방어할 수는 없다. 사실 상처를 입는 이유는 상대방을 잘 알고 그 사람한테 깊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우자나 아이들의 잘못을 꼭 지적하고 싶을 때는, “당신의 잘못을 알지만, 난 당신을 사랑해.” 라는 태도를 가지고 부드럽게 임해야 한다.

 

대화의 성공의 열쇠는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참된 신뢰란 나의 참모습을 상대방과 나누어 가지는 것을 뜻한다. 참된 신뢰란 내가 바라는 나나 상대방이 바라는 내가 아니라, 내 속 깊이 있는 진정한 나 자신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자한테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속마음을 개방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배우자에게 정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깊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먼저 개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부관계를 깊게 하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은 내가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나의 느낌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느낌을 말하는 것은 우리를 치료해주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말로 표현하는 것은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적을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적을 인식함으로써 그 힘이 없어지게 하고, 그래서 우리는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행복의 조건을 쓴 조지 베일런트는 중년에 이른 이들에게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 그 질문들을 통해 30년 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불행하고 병약한 노년에 이를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었고, 30년 전에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는지,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는지도 가려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50세에 제시했던 여덟 가지 질문은 그들의 과거와 미래의 연관성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여덟 가지 질문 모두에 라고 대답할 경우, 이는 정서적인 불안정을 반영하는 것이며, 불행한 유년기는 물론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불행한 미래를 예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 가지 질문(다른 사람들은 내가 성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성생활이 없는 결혼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 성 적응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감정이 강렬하게 일어야 하는 상황에서 무덤덤해질 때가 있다.)에 모두 라고 대답할 경우, 그 사람은 분명 자기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다음 나머지 네 가지 질문(나의 심각한 감정이 파괴적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을 질리게 할까 봐 두려워질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는 일이 흔히 있다.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다.)에 모두 라고 답할 경우, 그 사람은 자기 욕구나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고 있다는 의미다.

 

베일런트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하버드 졸업생들 중에 이 여덟 가지 질문에 모두 라고 답한 비율은, 30년 전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이들보다 세 배는 더 많았다. 30년 뒤 불행한 노년에 이른 이들과 행복한 노년에 이른 이들을 비교해 보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공격성을 통제하는 것은 성적인 친밀감을 획득하는 것만큼이나 섬세한 자아의 균형 감각이 필요한 행동으로서, 미래에 성인으로서 이루어야 할 주요 과업, 즉 친밀감, 직업적 안정,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 50세가 되어서도 직업적 안정을 이루지 못한 이너시티 출신자들이나 70세에 불행하고 병약한 노년에 이른 이들의 경우, 47세에 면담을 가졌을 당시 폭발적으로 화를 분출하거나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려는 경향이 서너 배 더 높았다. 이와 달리, 중년에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이너시티 출신자,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로 70세에 이른 이들 중 75퍼센트 정도는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줄 알았다. 이런 차이는 모두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 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여주고 자상하게 보살펴주었는가, 아니면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부정적으로 치부해 버렸는가 하는 것에 좌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