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6, 가을 저녁)
o 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116. 가을 저녁)
o 가을 저녁
구녕 이효범
뿌리 없는 하얀 구름이
저만치 흩어지는 가을
붉게 익어 어둠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먼 길에서 돌아온 순례자처럼 정직하다.
우리는 무엇을 찾으러
이 푸른 조그만 행성에 왔는가?
없음을 있게 한
신화를 만든 이여!
다른 생명을 파괴하며
나의 생명을 이어가는 이 비극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양탄자처럼 화려한 수식어는 싫다.
거대한 신전의 돌기둥을 지나
고요한 강가 갈대숲으로 가고 싶다.
천박한 삶이었다.
용서를 받고 싶다.
후기:
남자에게 가을은 고독한 계절입니다. 강가에서 저녁 해를 보면 어린 아이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습니다.
70년을 살았지만, 나는 누구이며, 여기에 왜 왔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아직도 도대체 아는 것이라고는 지푸라기 하나 없습니다.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사람은 갈대와 달리 생각하는 존재이고,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황금처럼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무엇일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내가 발견하거나 나에게 주어진 그 무엇이 아니라, ‘사랑’처럼 내가 만들어가야 할 어떤 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온 시간 동안 온 정신과 온 에너지를 쏟아 무언가를 창조한다면, 그것을 타인이 어떻게 평가하든지 상관없이, 나에게 의미 있는 나의 분신이 될 것입니다. 그 집중하는 순간만은 의미가 충만하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의미란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나의 삶 속에서 그것을 조금이나마 느낀다면, 나의 삶은 절대 虛無럽지 않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