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의 세종에서 보내는 편지

7-5. 사물을 열린 자세로 대하는 것

이효범 2022. 8. 13. 07:47

7-5,  사물을 열린 자세로 대하는 것

 

구녕  이효범

 

호기심이 왕성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대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끊임없이 문제, 생각, 질문의 원천을 마련한다. 사물을 열린 자세로 대한다고 하는 것의 한 측면은 모든 감각의 복합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사물의 모호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창의력 검사 중에는 배런과 월쉬 예술척도(Barron Welsh Art Scale)라는 것이 있다. 이 척도는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그림들을 제시하고, 자신이 더 선호하는 그림을 선택하도록 한다. 두 가지 그림에서 한 그림은 단순하고 균형 잡히고 질서 있는 그림이지만, 또 다른 그림은 복잡하고 무질서한 형태로 그려져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일관되게 두 가지 그림 중 복잡하고 비대칭적이며 모호한 그림을 더 선호한다.

복잡하고 모호한 현상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페스팅거(Leon Festinger)에 의하면 인간은 알고자 하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 심리적 불편을 느끼고, 갈등이 없는 심리적 균형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노력한다. 즉 인간은 태도, 사상, 신념, 행위들 간에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갖는데, 상충적인 경향성 간의 갈등으로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지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기존의 불완전한 것으로 쉽게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스턴버그는 모호성에 대한 인내에 말로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대개 처음에는 거칠고 불완전하고 모호하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을 참고 견디며 머리속에 번뜩인 초기 아이디어를 계속 수정하고 개발해나가야 비로소 구체적인 성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복잡함과 혼돈의 결과로 나타나는 무질서를 불안감 없이 인지 속에 수용하고자 한다. 그들은 단순함이라는 황량한 불모지보다 무질서함이라는 옥토를 더 좋아한다. 그들은 높은 수준의 질서 속에 무질서를 통합하고자 하며, 질서 속에 무질서를, 무질서 속에 질서를 만든다.

사물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은 새롭고 이상한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가서 바위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고, 어떤 중학생이 열린 귀와 열린 마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것은 그 예이다. 사물을 열린 자세로 바라보는 것은 마음 내부의 정서적인 경험에 대한 개방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부랑자를 모아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는 꽃동네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월드컵 유치 소식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람은 정서 개방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정서개방은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은 주위에 민감하다. 민감성은 주변의 환경에 대해 예민한 관심을 보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탐색 영역을 넓히는 능력이다. 사고는 진공의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고를 할 때는 사고할 내용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사고의 내용은 대상에 대해 가지는 민감성의 정도에 의해 그 질()이 결정된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인식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인식 체계가 동일하다면 그 차이는 민감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