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범 2022. 8. 3. 08:20

6-20.  결부법(synectics)

 

구녕  이효범

 

시넥틱스라는 말은 관계가 없는 것들을 결부시키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synecticos에서 유래한다. 결부법은 시네틱스사를 창립한 고든(William Gordon)이 개발한 기법으로, 여러 가지 은유나 유추로부터 아이디어나 힌트를 얻는 방법이다. 유추(analogy)는 대상이 되는 것과 유사한 것을 생각해 내는 발상법이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러더퍼드(Rutherford)가 수소원자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태양계를 채택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시넥틱스법은 4가지의 유추발상을 기초로 한 집단 사고기법이다.

 

(1) 개인적 유추(personal analogy)

개인적 유추는 자기 자신이 주어진 문제에서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고 당사자로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를 이용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개량에 관한 것이 테마라면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카메라가 되어 발언한다. “그렇게 휘두르지마. 여기 저기 부딪쳐서 아파”( 어깨에 둘러매어도 몸에 딱 붙는 스트랩 벨트 개발로). “이런 엉터리 촬영법으로 크게 확대하는 것은 무리다”( 셔터를 반 정도 눌렀을 때, 그 사진이 어느 사이즈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가이드가 표시되는 아이디어로).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이 발상으로 생각해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 유추는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조차 잊고 지낼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제의 의복을 입고 그 세계의 말을 하고 그들의 양식을 먹고 그들의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구호를 암기해야 한다. 과제에 혈안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2) 직접적 유추(direct analogy)

직접적 유추는 유추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효과가 큰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직접적 유추란 두 개의 현상 사이에 일련의 요소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것들의 나머지 요소도 동일하리라고 추측하는 기법이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세심히 관찰하여 내가 현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연결시켜 보면 바로 이거다라고 할 만한 특성을 우연히 발견할지도 모른다. 식물, 자연 현상이 그런 힌트가 되기 쉽다. 옷에 달라붙는 엉겅퀴 열매로부터 가방이나 신발 등 다양한 곳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찍찍이의 아이디어가 나왔으며, 벌레의 유충으로부터 캐터필러와 전차가 생겨났다.

 

(3) 상징적 유추(symbolic analogy)

상징적 유추는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하여 어떤 추상적인 원리나 이미지에서 유추를 얻어내는 것인데, 주로 동화나 이야기의 상징적 인물 또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이미지에서 유추를 얻는 것이다. 이 기법은 과제에 들어 있는 핵심요소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름표와 단어로부터 우리 자신을 완전히 분리시켜 과제에 대한 심리적 영상을 그린다. 이 기법을 사용한 가장 유명한 예는 벤젠과 다른 유기물질의 분자구조가 단순히 사슬이나 고리 모양이라는 것을 발견한 프리드리히 폰 케쿨레(Fredrich Von Kekule)의 경우이다. 그는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의 모양을 눈에 그려 보다가 바로 이 상징적 유추의 결과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 기법을 사용하려면 눈을 감고 우리가 가진 과제를 마음속에 그려본다. 언어적 사고는 차단한다. 그렇게 해서 떠오르는 시각적인 아이디어는 나중에 언어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상징적 유추는 동화나 이야기의 상징적 인물,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서 발상할 수 있다.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말은 메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로부터 나온 발상이다. 치르미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모습에 비유하여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표현한 말이다. ‘피터팬 신드롬은 어른이 되지 않는 청년 남자의 심리적 상태를 나타낸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타인 의존 증후군, ‘백설 공주 콤플렉스는 피학대아 증후군 혹은 현실 속의 자신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 인간의 유추이다.

 

(4) 환상적 유추(fantasy analogy)

환상적 유추는 현실적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는 기법이다. 이는 객관적 실체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의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과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세계를 상상한다. 이 환상적 유추는 단어, 개념, 가정들을 아무 관계도 없는 대상과 사건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과적으로 연상의 풍부한 보고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화가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그릴 수 있지만 직장인은 전통의 제약을 받는다. 이럴 때 우리는 환상적 유추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과제에 대해 가장 높은 해결책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직장인도 예술가처럼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벌레를 훈련시켜 작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기존의 해군에서는 벌레를 훈련시켜 정규업무를 수행하게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파괴공작원으로부터 벗어나고, 비용을 절감하고, 인명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과제에 골몰했던 사람이, 환상적 유추를 사용했다. 그 결과 그는 워싱턴 뱅고르에 있는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기지를 경비하는 일에 돌고래를 훈련시켜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해내었다. 돌고래는 모든 인간보다도 빠르고,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음파 탐지기보다도 우수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유추를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고수해야 할 특징과 버려야 할 특징을 알아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원자가 태양계와 비슷하다고 말할 때, 원자핵이 노란색이거나 표면의 온도가 58백도 켈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바는 한 개의 커다란 중심 실재의 주변을 도는 작은 실재들이 많고, 그 작은 실재들이 달아나지 않도록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유사점이 가장 결정적인 것인가를 미리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

인지심리학의 새로운 연구는 우리들이 고수해야 할 특징이 서로 비슷한 최상위 관계(higher-order relations)'를 공유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최상의 관계는 각각의 대상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명백히 밝혀준다. 앞에서 든 예에서 최상위 관계는 주변을 도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실재가 더 큰 실재의 주변을 돈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유추를 이용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유사성과 상이성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다 깊은 곳에 내재하는 유사성이다.